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Sep 30. 2022

오늘 내가 한 말에

 오늘 엄마가 한 말에 기분 안 좋은 게 있었니?


하고 물으니 큰 어린이가 없는데? 라고 했다. 


 오늘 엄마가 한 말에 기분 안 좋은 게 있었니?


하고 물으니 작은 어린이가 그건 왜? 하고 물어서 응 일기 쓰려고.. 라고 대답했다.


말 없이 밥 먹길래 오늘 엄마가 한 말에 기분 안 좋은 게 없었어?


라고 하니 


서둘러라 라고 말하는 게 싫었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둘러라는 말은 아침에 학교 갈 준비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 뭉그적거리는 것 같아서 분 단위로 해댄 말이다. 네 글자이지만 어조가 다르고 속도가 다르고 담아낸 감정이 달라서 아이는 여러 버전으로 싫은 소리를 들은 셈일 게다.


큰 어린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오늘 엄마의 말에 기분 안 좋은 게 생각났니?


나 때문에 동생 학교 늦는다는 말이 속상했어


라는 답이 돌아왔다.


둘을 같은 시간에 깨워 같은 시간에 밥을 먹게 하는 등 등교 준비를 같이 시키는데 양치와 세수를 하러 둘을 같이 들여보내면 세면대에서 니가 비켜라 언니가 비켜라 치약을 니가 먼저 짜니 내가 먼저 짜니 내가 음 퉤를 하고 있는데 세면대 구멍을 막으면 어떻게 하냐 그럼 세수를 하는데 물을 내려보내면 물 낭비가 아니냐 등등.. 나는 이 소리가 듣기 싫어 한 놈씩 번갈아 씻으라고 들여보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


작은 아이는 큰 아이보다 10분 먼저 수업이 시작되는 통에 그동안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면 작은 아이는 반에서 거의 꼴등으로 등교를 하는 거였고 큰 아이는 조금 여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크게 나무라거나 하지는 않으시는지 아이도 나에게 딱히 이야기를 안 해서 몰랐다. 그래도 교실엔 조금 여유 있게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집에서 나서는 시간을 조금 앞당기고 싶은데 아침에는 몇 분 그것도 참 크더라.


이게 어떤 차이가 있냐면, 작은 어린이는 밥 다 먹고 물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칫솔 꺼내 치약 묻히기까지가 하 세월이다. 여기서 서둘러라 소리가 분 단위로 나온다. 어쩜 그리 찰나의 순간에도 멍을 때리는지 기실 지각을 해도 지가 하는 거고 혼이 나도 지가 나는 건데 왜 내가 참 조바심이 나는지. 그런데 일단 다 씻고 나오면 챙길 거 챙기고 신발 신는 것 까지가 일사천리이다.


반면 큰 어린이는 양치하고 나오는 것 까지는 되게 빠르다. 그래서 금방 나서겠다 싶은데 연필을 깎는다, 화장실을 한 번 더 다녀온다 하며 별로 하는 게 없어 보이는데도 작은 아이가 현관에 서서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아이를 다그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때 나온 말일 거다. 너 때문에 동생 지각하겠다.


그랬구나. 엄마의 말 때문에 속이 상했구나 미안해. 라고 하고 입 닫았다. 아니 그러니까 아침에 말이야 로 시작해 랩을 4절까지 할 수 있었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었다. (2021.6.2)

작가의 이전글 내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