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린이가 언제였지? 지난 달인가 문득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엄마, 나 방과후 수학 시켜줘."
이게 무슨 말이고? 들어보니, 담임 선생님이 수학이 어려우면 방과후 수업중에 수학 수업을 들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우리 아이에게만 하신 건 아닌 것 같고 아이들이 어려워요 어려워요 했을 수도 있고 수학익힘이나 학습지를 풀렸을 때 시원찮아서 하신 소리겠거니 짐작할 수 있었다. 허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가, 집에서 하는 학습량이 부족하니?"
우리집 어린이들은 연산공부를 주산으로 하고 있다. 각자 1학년 여름 즈음에 시작했고 지금은 각자의 단계에 맞게 매일 시간을 들여 주산과 암산, 그리고 기탄수학으로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어린이들의 만점왕 문제집이나 작은 아이가 매일 숙제로 받아 오는 수학익힘책의 진도를 보면 지금 풀고 있는 기탄수학이나 주산문제집 진도와 크게 다르지가 않다. 그런데도 작은 아이는 방과후 수학수업을 시켜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우리 작은 어린이는 문제를 푸는데 많이 틀리는 편이다. 내가 옆에서 살펴봤더니 수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 문제를 풀 때도 틀리는 게 많다. 원인을 살피느라 눈을 부릅뜨고 귀도 귀울여보니 이 모든 건 '뭐든지 건성건성'이 원인으로 애초에 낭독을 시켜봤을 때 글자를 몇 개를 빼먹거나 글자 순서를 한번씩 바꿔 읽을 때 짐작은 했지만 수학에도 그게 고스란히 적용되어 숫자를 제멋대로 재배열하거나 문제를 안 읽고 제멋대로 푸는 게 많았다. 다시 풀어보라고 하면 정답이 나오는데 정답이 떡하니 나와서 화딱지가 나는 이상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옳은 걸 고르라고 했는데 잘못된 걸 고르고, 세 숫자를 조합해서 가장 큰 수 혹은 작은 수를 만들라고 하는데 제멋대로 몽땅 더하거나 큰 숫자를 답 란에 턱하니 적어놓거나 그놈의 16+7은 곧죽어도 24라 하니 문제지에 비가 내리겠어요 안 내리겠어요? 나는 빗금 쭉쭉 긋는게 싫어서 별을 그려주는데 그놈의 문제지가 집에서는 별이 반짝반짝이고 학교에서는 비가 내리는 거다. 아이 입장에서는 몰라 틀리나 실수로 틀리나 아무튼 비도 내리고 별도 반짝이니 제 스스로 자기는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4월 말에 학부모 상담주간이어서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아이의 안부와 학교 생활 등을 이야기 한 뒤 학습 부분으로 넘어갔는데 아이가 수학이 약하고 어려워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그 말을 듣는데 뭐라고 대답했냐면, 집에서 연산 문제집을 계속 풀리고 있는데 보면 자잘한 실수가 나오는 것 같아요. 다시 풀어보라고 하면 맞추는데... 라고 말했다. 선생님 하는 말씀이, 당신이 보기에도 그런 것 같다고 하지만 실수라는 것도 정확히 모르니까 나오는 거 아니겠냐고...
그치? 다 맞는 소린데 나는 왜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고 있더란 말이다. 집에서 문제를 푸는데 학교에서도 비슷한 게 나오니까 성급하게 풀어서 틀리나봐요 요딴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흡사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그래요...
예전에는 우리 애들이 똥오줌이나 겨우 가릴 때 그런 말을 들으면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부모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정답과 오답의 비율이 비슷해 틀린 거 고치는데만도 하 세월에 추가로 풀어야 하는 양과 그 고생을 했는데도 9시 컷에 들지 못해 용돈 뽑기 기회를 놓쳐 결국 눈물로 공부를 마무리 해야 했던 작은 아이가 작은 새 같이 안타까워 몇 백 글자 부려보았다. 다 아는 건데 왜 이렇게 틀릴까 라는 반성보다 그 고생을 해서 풀었는데 9시 4분이 되어 4분이 늦어 뽑기를 못한 원통함이 더 큰, 아직 생일도 안 지나 만7세 밖에 안된 아이에게 뭔 침착함과 노력을 요구하냐... 엄마가 잘못했네 응. (202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