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Oct 03. 2022

공감도 지식의 영역

이해한만큼 다툼이 줄어든다

낮에 아이의 친구가 집에 왔다. 같이 놀러 나가기로 했는데 기다리다가 우리 집으로 먼저 온 것이다. 그 아이는 우리집에 와서 10여분 가까이 머물렀다. 가만히 망부석마냥 앉아있지도 않았고 여기 저기로 다니면서 나하고도 이야기를 나누고 내 아이들하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집은 거실에 책상이 나와 있는데 남편은 그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모니터로 예능을 하나 보고 있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이 이상한 기분은 뭐지 하고 생각했다가, 아이의 친구와 아이가 나갈 즈음이 되어서야 남편이 아이의 친구에게 일언반구 인사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걸 이야기를 해, 말어? 나의 장점인지 단점인지 알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의혹이 생기면 기어코 입 밖으로 꺼내고 만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아까 00가 집에 와 있는데 왜 인사를 안 해? 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이모티콘으로 치면 <0.0??>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거다. 00이가 집에 왔었잖아?? 라고 말하니 ??????? 한다. 왔었다고??? 라는 말에 내가 더 놀랐다.



당신 뒤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며 닫히는 소리며 하나도 안 들렸다고?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으니 나는 묻고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우리집이 70평이냐면 절대 아니다. 현관문 열면 집 안이 다 보인다. 아이의 친구가 서글서글하게 안녕하세요를 외치지 않은 걸 뭐라고 할 것도 아니고, 나랑 남편은 우리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편인데 인사를 하고도 남았을 사람이 가만히 모니터만 보며 히죽거리고 있는 모습이 이상해 보이더라만, 전혀 몰랐다고 하니 더 이상했다.



저 부분 때문에 다투기도 엄청 다투었다. 나는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진짜 안들린대. 본인이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뭐라 말을 하면 안 들린단다. 나는 이런 적이 없어서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부러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해 역정도 많이 내었다. 근데 정말로 안 들린다네? 나는 이해가 안 되고, 본인도 안 들리는 데 어쩌라는 식이고.. 화내지 말고 계속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길래 뜨악한 적도 여러번이다. 



공감도 지식의 영역이라더니, <금쪽같은 내새끼>를 열심히 보았더니 그 해답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안 된다네. 안 들린단다. 주위를 환기를 시키고 말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팔을 살짝 잡는다거나, 얼굴을 보게끔 한다거나 하여 본인을 보게 한 다음 이야기를 간략하게 핵심만 전달해야 한다고. 나는 이 프로를 보기 전에 조금은 터득을 한 셈이긴 했다. 이름 부르고 자기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면 본론을 이야기 했다. 지금도, 내 말 들려? 들을 거야? 라고 하고 대답 듣고 말을 할 때가 많다.



나는 내 MBTI가 뭔지도 모르고, 남편 것은 테스트를 해 보았고 결과도 봤지만 뭔지 까먹었다. 심리테스트도 잘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미래이지 지금 내가, 나와 관련 있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알면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하나는 알겠다. 적어도 싸움은 막아준다. 이렇게까지 말을 한 마디 하는 것도 애를 써야 하나 하며 화딱지가 나지만 저 사람이 내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으니 화 두 번 낼 걸 한 번만 낸다.



지나간 일일 뿐인 역사를 대체 왜 공부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겐, 과거를 알아야 지금이 이해가 되고 앞으로도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그게 비단 역사에 국한되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기실 내가 분노하는 지점은 국내 정세도 국제 이슈도 아닌 나와 내 주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족에서 오는 갈등이다. 그러니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한다. 해결책은 차차 생각할 일이고, 나와 너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을 할 수는 있다.



그래도 아까 있었던 저 일은 정말 충격이었다. 저렇게까지 들리지가 않는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