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공부할 때 어른이, 그러니까 정확히는 엄마인 내가 옆에 딱 붙어 있을 때와 아닐 때 양상이 정말 다르다. 내가 곁에 앉아 꽃무늬 들어간 동그란 접시에 사과며 감이며를 토끼모양 꽃모양으로 잘라 포크 꽂아 대령이라도 하냐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나도 참 드라마를 많이 봤다. 것도 한 몇 십년 전 드라마.
손에 뭘 쥐고는 있다. 답안지와 빨간 색연필. 마음이야 공부할 때 마다 곁에 있어 주고 싶지만 각자의 일도 있으니 매번 그럴 수는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보통 다 풀어놓은 걸 밤에 채점하고 어떤 날엔 옆에 앉혀 놓고 풀라고 한다. 바로바로 채점할 수 있어 좋고, 아이들도 집중이 잘 되는지 평소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결과도 좋다.
설명하긴 힘드나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세상에서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자기주도학습에 자율학습이 아닐까? 풀어야 할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 자기주도는 아닐 것이고 하교 이후 밤9까지로 정해져 있는 마감시간 안에 어느 때 문제집을 풀 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 여간 곤욕이 아닐 것이다. 내가 너무한가? 난 분명히 다 놀고 와서 저녁 먹고 나서부터 하면 힘드니까 하교 하고 집에 와서 공부 다 하고 나가라고 했는데 날이 좋아서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적당해서 아이들은 하교 후에 집으로 바로 오지 않는다. 내가 말했지만 공부하고 나가 놀란 소리는 참 힘없고 실없긴 하다.
아무튼 여러 이유로 아이들은 엄마 옆에 있어줘를 외친다. 그 맘도 알겠고 그 효용도 알겠기에 그래줘야 함을 알지만 그럴 때는 어쩐지 막 집안일도 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내일을 위한 준비도 하고 싶다. 그러나 아이고 그래 이리와 엄마 옆에서 해. 라고 말한다. 어쩐지 말하는데 마음이 푸근해진다. 엄마가 옆에 있어 좋은 거야 잠시일 뿐 주어진 문제 앞에서 아이들은 금방 지겨워하고 어려워한다. 그런데 어째 나는 아이들과 몸이 닿아 있으니 따뜻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가야 엄마 옆에 있어줘.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