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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Sep 30. 2022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게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차별한다고 여기는 가람이는 엄마 점수를 매기기로 하고 마이너스 천 점이 되면 가출을 하려고 한다. 자신보다 키가 크고 약게 행동하는 동생이 밉고 아빠도 밉고 엄마도 밉다. 엄마는 계모 같다. 엄마도 부정하지 않는다. 큰 갈등이 있던 날 가람이는 집을 나와 버린다. 그날은 하필 어린이날이다. 가람이는 하하호호 즐거워 보이는 가족들 사이를 외롭게 걸어다니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한 번에 물고 가지 못해 한 마리씩 옮기는 엄마 고양이를 본다. 앙탈을 부리는 새끼 고양이를 먼저 옮겨놓고 남은 새끼 고양이를 물어 옮기는 걸 보며 실은 엄마가 앙탈쟁이 동생을 먼저 달래놓고 자신에게 오려는 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친엄마가 맞는지 여전히 의심스러워 집으로 갈 수가 없고 더욱이 집에 가는 길도 모르겠고 퉁명하게 말을 거는 처음 본 고학년 오빠가 무섭고 미처 못 봐서 피하지 못한 자동차의 운전자가 화내는 소리에 그저 멍해진다. 넘어진다. 비가 온다. 모르는 할머니가 우산을 씌워주신다.


..

  주인공이 엄마에게 화를 내는 장면들은 좀 과하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님으로 어설프게 빙의해서 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쨌든 엄마와, 동생과 말다툼하는 장면은 재미가 있다.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집 어린이 둘이 키득대고 웃는다. 주인공이 가출 아닌 가출을 하고 방황하다가 기어이 다치고 비까지 맞자 우리집 작은 어린이는 대성통곡을 한다.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단다. 이야기는 감동적으로 끝나지만 아이의 눈물은 멈출 줄을 모른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 가끔은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는 아이. 행복할 때는 저 구름 위로 올라가는 아이. 책이든 어디서든 제 모습이 제 기분이 보이고 들리는 것 같으면 유난히 집중을 하고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 마는 아이. 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하고 묻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럴 때 너는 정말 내 아이.

  그렇게 작은 아이를 도닥이고 나면 덩그러니 내 옆에 있는 큰 아이. 동생보다 크다 해도 너무 작은 내 첫번째 별. 매사에 이렇다 할 희로애락이 그리 크고 많지 않아 놓치기 쉽지만 이 아이에게서 나오는 말과 눈물은 이미 속에서 채이고 채이다 겨우 배어나오는 것. 어느 눈물 하나 사소한 것 없지만 보이면 얼른 손 잡아 주어야 하는 아이. 

  다정한 얼굴과 목소리로 매일의 안부를 묻는 게 잘 안되니, 엄마 입에서는 일정 체크와 잔소리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 그래 나는 너희가 자라도 계속 책을 읽어 주어야지 했는데, 실로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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