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지'보다는 '이만한 게 다행이지'
살면서 타이밍이 안 좋았던 때를 떠올려본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일 수도 있고 '머피의 법칙'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그런 경험과 상황이 수두룩빡빡했던 건 아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와 '반 밖에 없어'의 마음가짐으로 같은 경험은 '내 이럴 줄 알았지', 와 '그래도 이만한 게 다행이지'를 오간다.
사설이 길었지? 우리집 남편이 확진이 되었으니 캠핑을 못 가게 되었다고 아이들에게 알리니 대단히 실망을 했다. 다만 사랑하는 아빠가 와병중인 걸 두 눈으로 보았으니 차마 더 크게 실망하는 티를 내지는 못하는 듯 했다. 기특하면서도 짠한지고.. 그래도 지금 걸렸으니 다행이지 조금 늦게 걸렸으면 곧 가기로 예정된 가족여행도 못 갈 뻔 하지 않았겠니 라고 달래보았으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보다 당장의 캠핑 취소가 더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그러고보니 남편은 이달 하순에 자기 친구랑 오붓하게 제주도로 떠날 계획도 있지 않았던가. 나하고는 하~~나도 상관이 없지만 그렇다고 속이 배배 꼬인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안 걸렸으면 제일 좋았겠으나 지금 이렇게 앓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러고 며칠 성심성의껏 아이들한테 화도 안 내려고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야 캠핑도 못 가고 할머니집도 못 가게 생겼으니 평소에 풀던 문제집이나 좀 풀고 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심심해 어쩔 줄 몰라하는 상심한 아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지는 못할 망정 재나 뿌리는 짓인 것 같아 일주일에 한 번씩, 과업을 다 수행해야 주어졌던 핸드폰 사용을 연휴 내내 일일 두 시간씩 허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 밤부터 왜 이리 힘들지 남편은 손갈 거 없이 잠만 자는지라 아이들만 평소대로 챙기면 되는데 왜 이리 힘들지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 심리적으로 지치는 건가 하였는데 새벽에 몇 번을 깨서 기어 나와(정말로 기어 나왔다 일어설 엄두가 나지 않아서)체온을 몇 번을 재 보았다. 멀쩡은 한 것 같은데 아침에 거실에 기어 나와 온몸과 머리가 아파서 엉엉 울었다. 체온을 재 보니 38도 어쩌고였다.
그래, 안 걸리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같이 앓고 지나는 게 낫지 않겠는가. 봄에 두 아이가 차례대로 걸리는 바람에 2주를 꼼짝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 걸린 2주 내내 사실 완벽한 격리가 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아이들을 바로 곁에서 보살폈을 엄마인 내가 감염이 되지 않은 걸 신기하게 여겼다. 이런 일에는 철저하게 겸손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게요 운이 좋았나봐요 라고 대답했던 듯 하다. 나는 이번에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확진됐을 때는 괜찮더니 자기가 걸리고 나니 나도 대번에 아프네. 우리는 천생연분인가봐 응
달리 원인도 답도 없는 상황에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