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가을..
10월의 한중간에 있는 결혼기념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이 실감이 난다. 멀쩡히 있는 11월과 12월이 섭섭하다 하긋나? 하지만 나는 알지 시간이 다 똑같이 흐르는 것 같아도 11월, 12월의 시간은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12월에는 엄마 생신도 있고 내 생일도 있고 친구들 생일도 있다. 모든 생일을 열심히 챙기지는 못하지만 언제 누구의 생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챙기든 못 챙기든 하나씩 흘려보내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코 앞에 불쑥 나타난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다른 이유 하나는 계절이 겨울이고 해가 짧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꽤 합리적인 의심이다. 추우니까 다른 계절처럼 밖에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고 또 오후 5시만 넘어가도 어둑어둑해지니 조금 움직이다보면 저녁이고 밤인가 하며 시간이 훌쩍 지난 기분이 든다.
한 해의 끝을 겨울이 아니라 다른 계절과 보내면 적어도 기분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연말도 겨울이고 연초도 겨울이니 아 추워 아 추워 하다가 좀 따뜻하네 하면 어느새 3월이 또 쑥 다가와 있다. 쓰고 보니 투덜이 스머프도 아닌 것이 사실 나는 어떤 계절이든 해가 길든 짧든 그냥 시간 가는 게 아쉬워서 투덜대고 있는 것 같다. 맞네.
집에서 베란다를 통해 밖을 내다보면 아직 나무가 초록빛이 많은데 거리를 걸어보면 바닥에 낙엽이 뒹굴고 있고 은행나무 아래는 지뢰밭이 된 지 오래다. 오늘같이 바람이 소리내며 불고 나면 또 바닥에 우수수 나뭇잎이 떨어져 있을 게다.
이것은 가을을 타는 자의 소회인가요? 요즘 날씨 같아서는 가을을 타려면 기민하게 날씨를 체크하고 있다가 얼른 타야 된다. 가을 분위기 좀 내며 바람 좀 맞으려면 핫팩 준비해야 하고 가을 거리를 좀 걸으려고 하면 더워서 소매를 걷어올려야 하니 말이다. 월요일은 뭐든 하기에 피곤한 날이므로 오늘 나는 가을을 타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