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좀 더 있어

by 구우

근래 내가 들어본 말 중에 의아한 게 두 개가 있어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요즘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낼 때 MBTI를 이용한다고 한다. 새 직원이 일을 할 업무에 어울리는 엠비티아이 말이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을 대하는 업무을 해야 하는데 세상 내향적인 직원이 들어오면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테니 말이다. 이해가 가는 바였다. 그리고 기업이 원하는 직원의 유형은 다양하겠으나 이렇게 활발하고 사람 대하는 데 어려움 없는 사람의 엠비티아이가 16가지 유형 중에 몇 가지 안 되는 지라 자칫 엠비티아이 중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좋아하지 않는 엠비티아이로 유형이 나누어 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 공감이 갔다. 아이고, 내가 지금 한창 구직중이면 이건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선생님은 **** 이신 거 같아요. 그 중에서 * 이거요."


우선, 나는 어쨌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교육 서비스 종사자입니다.


저 말은 동료 선생님이 나를 보고 한 소리인데, 나는 저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엠비티아이를 이루는 네 알파벳을 내가 100% 공감하거나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알파벳은 '나는 정말 그렇지' 라고 생각하고 어떤 알파벳은 '내가 그런가?' 하고 알쏭달쏭할 수 있는데 동료 선생님이 언급한 알파벳은 '뭐???? 제가요???' 라고 육성으로 내뱉을 정도로 전혀 고민의 여지가 없는 알파벳이었기 때문이다. 동료 선생님은 내가 그렇게 보인다고 했고 애써 부정하기도 뭣해서 '네..' 하고 넘어간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나는 미용실에 가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간단하게 말해서 파마를 했다. 본래 나는 부스스한 곱슬머리로 파마가 됐든 매직펌이 됐든 일 년에 몇 번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있다. 미용실에 가기 전 내 머리는 등 가운데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매직펌을 한 상태였고, 매직펌도 3월 초에 한 지라 곱슬머리가 제법 자란 상태였다. 그리고 곱슬머리보다 더 신경이 쓰였던 건 다발로 자라는 흰머리였는데, 쭉쭉 뻗은 머리 군데군데 흰머리가 있는 것보다는 정신없이 구불거리는 머리칼 속에 흰 머리가 뒤섞여 있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머리는 감출 것도 부끄러울 것도 아니지만 이제 막, 그것도 다발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녀석들 앞에서 나는 좀 우울하고 위축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 다 단골로 다니고 있는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가선 사장님께 말했다. 사장님 저는 파마를 하고 싶어요. 앞머리도 새로 내고요. 푸들이 되고 싶어요. 꼬불꼬불 머리가 될 거예요. 사장님은 파마의 종류와 앞머리의 길이 등을 나와 의논하고 나서 착착 진행을 해 주셨다. 그러면서 이야기 하셨다.


"뭔가 결단을 내릴 때는 과감하신 것 같아요."


4,5년전 나는 여기서 꽤 짧은 커트머리를 했다. 나 학교 다니던 시절 '상고머리'라고 했는데, 귀를 다 파고 소위 그냥 남자 헤어스타일 말이다. 나름대로 고민이 돼서 그 전부터 사장님께 몇 번 조언을 구했는데 자를 때는 좋아도 관리하거나 다시 길게 기르고 싶을 때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다고 간접적으로 반려를 몇 번 당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고 내가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그깟 관리 힘들어 봤자지' 라는 생각에 미용실 문 여는 시간 기다려서 가서 커트를 했다. 그 머리가 기르고 길러 지금 등허리 가운데까지 온 것이다.


사장님은 그 때를 기억하시는 것 같았다. 길었던 머리를 커트로 과감히, 등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푸들머리로 과감히 말이다.


이번 푸들 머리를 할 때 사실 나는 며칠을 밤마다 인터넷으로 헤어스타일을 검색을 했다. 처음엔 간단하게 '긴머리 파마' 라고 검색했는데 연관 검색어에 '40대 긴머리 파마'라는 것도 있어서 한층 더 심란해져 검색 시간도 길어졌다. 나이대에 맞는 파마가 있는 거야? 게다가 물결펌도 있고 히피펌도 있었다. 이게 내 머리에 가당키나 한 거야? 파마를 한다해도 거의 묶고 다닐 것 같은데? 밤이 깊도록 검색만 하염없이 하다가 이러다 죽도밥도 안되겠다 사장님이 권하는대로.. 라고 결론을 내린 거였는데 결국 나는 과감한 사람이 되었고,


엠비티아이 저거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에게 저렇게 말해 준 선생님이 엉터리라고 말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 분은 당연히 나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였으니 이야기 한 것일 테다. 다만 이 일과 미용실 일을 통해 새삼 '나에게 그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엠비티아이가 유행을 했을 때 나는 검사를 해 보지 않아도 내가 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간 쭉 들어온 말을 종합해 봤을 때 말이다. 그게 워낙 확고했기에 일련의 이 말들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람의 성향이라는 게 어떻게 무 자르듯 딱 정해지겠느냐 말이다. 처음에야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했지만 계획적인 것 같다는 말이나(엠비티아이 일부 결국 공개) 결정에 과감하는 말이 나는 사실 듣기 좋았다. 듣기 좋아서, 나에게는 그런 면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무 자르듯 할 수가 없다니까.


다만 나의 최측근들은 나를 잘 아는 관계로 저 일련의 평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을 해 주지 못했다고 한다.


..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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