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아가는 것: 반복 속의 위로와 동의

허회경 「그렇게 살아가는 것」

by 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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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감상하세요

https://youtu.be/1Qtr8TznwNI?si=qpAb83gBL8CM5lZt


하루의 파편들


허회경의 노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제목 그대로,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담는다.


하지만 이 하루는 무심히 흘러가지 않는다.

말의 가시와 웃음, 상처와 위로가 교차하며

우리 삶의 가장 사소하면서도 깊은 파편들을

촘촘히 새긴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짧은 구절 속에는 인간관계의 아이러니가 응축되어 있다.

우리는 상처를 주고, 곧이어 사랑의 말을 덧붙인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살아간다는

동사의 실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날카로운 한마디에 마음이

욱신거리고,

잠시 후 친구에게 건넨 따뜻한 안부가 돌아오며

마음이 풀린다.

이 짧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조금씩

마주한다.




담담한 목소리 속의 거울


허회경의 보컬은 극적 긴장 대신

일정한 호흡과 담담한 톤으로 곡을 이끈다.


속삭이듯 낮은 음역은

내면을 비추는 작은 거울처럼 다가와

쓸쓸함과 두려움을 조용히 드러낸다.


반복되는 코드와 차분한 리듬은 곡을 장식하지

않는다.

화려한 전환도, 극적 결말도 없다.

끝내 도착하지 않는 일상의 루프 속에서,

우리는 잠들고 깨어나며 다시 사랑 같은 말을

내뱉는다.




반복 속에서 마주하는 존재


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내는 것은 지루함이 아니라,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카뮈가 시지프가 바위를 굴리는 반복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했듯,

우리 역시 상처와 사랑, 무력감과 위로가 교차하는

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삶에 동의한다는 것


허회경은 이 모순을 덮지 않는다.

그는 그저 담담히 노래한다.


극적인 위로나 교훈은 없다.

대신, 곡을 통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 고백은 서럽고, 때로는 두렵지만

동시에 묘한 안도감을 남긴다.


밤새 내린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흘러가듯,

상처와 사랑은 반복 속에서도 우리를 닮아간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삶에

동의한다.


허회경의 노래는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조리와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진실을 마주하게 하며

그 자체로 가장 깊은 차원의 위로가 된다.


우리는 서로를 찌르며 동시에 끌어안는다.

모순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 관계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결국 반복에 지쳐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동의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도 같은 하루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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