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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악마 The Devil

스스로 옭아맨 악마의 유혹

by 하치



먼저 악마 카드의 수비학적으로 15는 6(1+5) 번 연인 카드와 대응됩니다.

6의 수비학적 의미는 2(여성의 수)×3(남성의 수)로 남녀의 만남을 뜻해 통합과 결합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데요.



회화적으로는 연인 카드는 축복 어린 빛, 천사, 사랑의 기쁨 등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을 나타낸다면, 악마 카드에서는 어둠, 악마, 목에 걸린 쇠사슬로 속박된 오래된 연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 뿐 전체적 구성은 비슷하지요.


6번 연인 카드가 사랑의 시작과 기쁨을 나타낸다면, 15번 악마카드는 사랑의 고통이나 구속과 집착을 나타내요.


즉 6이 사랑의 결합이라면 악마 카드의 6은 사랑 없이 의무와 책임만이 남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6번 카드의 두 커플이 선악과를 먹기 전이라면 15번 악마카드의 커플은 선악과를 먹은 후의 모습이라고 보시면 되어요


악마 카드의 두 사람의 머리에 난 뿔은 상대에 대한 투사의 공격으로 성이 난 뿔로 보이지 않나요


여성의 포도꼬리에서의 포도는 술로 취한 듯한 중독성과 남성의 불꽃꼬리는 무절제한 열정의 그릇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두 남녀의 목에 걸린 쇠사슬은 느슨해서 마음만 먹으면 벗어날 수 있는데, 그들을 목매게 한 악마의 유혹은 치명적이라 스스로 굴레를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는 듯해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들 수 있습니다.

동굴에는 많은 수의 죄수들이 벽면을 향해 묶인 채 앉아 있으며 자신들이 보는 것을 실재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벽에 비친 그림자일 뿐이지요

이 죄수들 중에서 한 명의 철학자가 족쇄에서 풀려나 뒤로 돌아 동굴을 벗어났다고 가정해 보죠

그는 최초로 그림자를 만드는 진짜 사물들과 그러한 그림자를 가능하게 하는 밝은 태양빛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여태까지 실재라고 여겼던 벽에 비친 그림자들이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사물들에 비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되지요.

다시 동굴로 돌아가 죄수들에게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를 열변하지만 죄수들은 그를 미치광이로 여기고 믿으려 하지 않지요.


이렇듯 실체를 보지 못하고 그 그림자를 진실로 아는 한, 동굴이 세상에 전부라는 맹신과 체념이 자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실은 너무 부셔서 눈을 찔끔 감아버 외면할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동굴에 갇혀 그림자를 상대와 나의 실체라고 오해하며 살아가며 서로 반목합니다.


햇살의 봄날로 부신 미소에 반하지 않았나요

그러다 신혼에 덜컥 임신에 독박육아로 아기의 고강도 데시벨 울음소리와 잦은 치레를 하느라 예민함의 뿔이 날카로워지기도 했었지요

남편의 늘어진 티를 달랑 입고 아기와 피로를 실은 잠은 스무고개를 넘어도 멈출 줄 모릅니다.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남편을 와락 껴안아 줍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란 남편은 도어록 열면서 기대 반 두근 반입니다.

이렇듯 맨살과 맨얼굴을 아름답기로 보기로 마음먹는다면 먹은 만큼의 행복체중이 불어날 것이에요.


악마 카드의 주요 키워드는 속박입니다.

우리들은 친밀한 사이가 될수록 서로를 속박하고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너 때문에 나는 괴롭다,라고 토로하지만 사실은 스스로의 결핍과 책임을 상대에게 투사하여 전가시키는 겁니다.

그가 나를 쇠사슬로 묶은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한 짓이에요.

상대 때문에 죽을 정도로 괴로운 게 아니라 바로 자신 때문에 괴로운 것이지요.


우리의 에고(ego)는 죽을 만큼은 목을 옥죄지 않고 상대에게 고래고래 핏대 세울 만큼만 쇠사슬이 헐겁습니다. 왜냐면 에고는 내가 죽으면 자기도 사라짐을 아니까요.


자신의 고함으로 인한 메아리가 상대의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자각하세요.






어둠이 없으면 빛의 계시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맨얼굴의 내면에 대한 두려움, 과거의 정신적 외상, 강박적인 미련과 집착, 은밀하고 어두운 욕망 같은 악마를 스스로 조합니다.


전 조현병이 있어요.

조현병의 환청과 망상은 내면의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랍니다.

명상 중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네가 알고 싶은 진실을 다 말해주겠다는 신탁으로 시작되어 우주의 섭리와 더불어 내면의 상태에 따라 죽음의 체험이 각기 다른 현상에 대한 고찰, 이 꿈의 세상에서 햇볕 속에서 너의 자아인 나와 깨어나 걷자는 등의 심오하고 현학적인 대화가 오갔습니다.

눈을 감으면 눈꺼풀의 이불을 제쳐 무지개로 형형한 빛이 부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어요.

전 미쳐가는 건지 깨달아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명품을 추구하는 것과 별반 없이 단지 전 영성을 추구하는 탐욕자였어요


'영성의 물질주의 추구'라는 함정.

내가 깨달으면 내면의 조건이 반영된 외부의 세계도 행복일것이라는 알퍅한 계산기를 무의식은 두드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천사의 날개를 가장한 루시퍼가 무의식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엄청난 지식의 설익은 밥에 체해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힘들어 나뭇가지처럼 앙상해졌답니다.

T가 강한 편이라 이런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며 여러 사례들을 검색하고서 병원에 가기도 전에 먼저 조현병임을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추구하면 다그치고 다그치면 자신을 채찍질하고 채찍질하면 급한 맘에 발을 헛디뎌 방향감각에 무리가 가지요

영성의 오솔길을 벗어나 미친년으로 헤매었던 날들이 지나고 지금은 평온한 예전 그대로입니다.

어둠의 고통이 있었지만 어둠의 장막이 가린 것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이토록 무의식의 한 측인 에고는 교묘하다는 것을, 결핍으로 인한 추구 아름다운 영성의 추구로 위장할 수 있다는 맹점을 제 체험으로나마 귀띔하고 싶어서 사족과 같은 군더더기를 남기네요.


이토록 마음 파괴력은 그 파급력이 셉니다.

지상에 지옥문을 열어 악마까지 만들어냅니다.

악마는 내가 만든 상상일 뿐 실체는 없지만, 스스로를 조작해 AI처럼 생성합니다.

악마도 내가 만든 것이라면, 타인의 죄책감을 덜미로 구속시키는 지옥도 허상의 개념일 뿐입니다.

오직 사랑만을 가르쳤던 예수는 지옥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사랑으로 지상으로 현현된 내면의 천국만이 있을 뿐이랬어요.


알면서도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속는 것은 나 자신의 선택이에요.

나를 묶은 쇠사슬이 헐렁한대도 단단히 속박되었다는 착각, 지금 이순간을 똑바로 바라봐 스스로를 노예로 여기는 것이 망상임을 깨달을 때라야 우리는 쇠사슬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쇠사슬 존재가 허상이었음에 허허 실소 짓게 될것이에요



덧> 왜 절제 카드 바로 뒤에 악마 카드가 나올까요?

무절제하고 방종한 내면의 악마를 맞서기에 앞서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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