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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심판 Judgement

심판받지 아니하며 영적각성과 부활이 있을 뿐

by 하치


이 카드는 가브리엘 천사의 나팔이 죽은 자를 무덤에서 불러낸다는 최후 심판에서 유래합니다.


성경에서 최후의 심판은 모든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영원하고도 마지막 심판을 가리키며, 죽은 자의 부활과 그리스도의 재림 이후에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때 구원받는 자와 버림받는 자가 결정되어 이에 따라 천국행과 지옥행에 몸을 싣게 된다고 하지요.


이 성경의 한 부분을 전체맥락으로 확대한 사이비교도들이 신자들을 혹세무민 하던 사건들의 파일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런데 이 카드에서는 아무도 심판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에요.


선악의 엄정한 잣대로 죄책감을 부추기지도, 싹둑 재단하지도 정죄하지도 않아요


지옥행을 선고받은 영혼은 전혀 보이지 않

아이와 젊은 여자 남자로 구성된 인물들이 함께 일어섭니다.


왜 늙은 인물들은 없을까요?

아마도 젊고 어린 인물들은 관습과 편견에 덜 때 묻었으며 지엽적인 부분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 호기심과 의문을 가진다는 의미일 거예요


심판의 날이 왔고 이에 죽었던 자들이 부활하여 심판을 받는 그림이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무도 심판받지 않고 마치 오래 기다리던 보상이나 구원에 대한 부름을 받니다.


20이라는 수는 2(2+0)이며 여사제를 떠올리게 하지요. 2번 여사제의 카드에서 커튼 뒤에 있던 무의식의 물을 보았었지요.

심판 카드에서의 영혼은 물결인 무의식에서 일어나 자신의 내면의 진리와 분리되지 않은 바다의 의식임을 각성한 것이에요.


구스타프 융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어요.


"꿈은 영혼의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곳에 숨어 있는 작은 문이며, 이 문은 우주의 밤을 향해 열려 있다. 그 밤은 자아의식이 생겨나기 오래전부터 프시케로 존재했다.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가 된 깊은 곳으로부터 생겨나며, 너무도 유치하고, 기괴하고, 비도덕적이지만, 꽃처럼 피어나는 그 솔직함과 진실함 앞에 우리는 기만에 찬 우리의 삶에 대하여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일을 꿈을 통해 알아채고 자신조차 눈치 못 채던 부분을 포착하게 되지요.

이를 통해 무의식의 환기가 일어나고 의식은 명료해집니다 .


두 팔을 삶을 향해 한껏 펼친 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수용하려는 모습 같아요.

눈이 내릴 때 하늘에 향해 두 팔 벌린 어린이의 호기심처럼요.

전혀 심판의 선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소생과 부활에 대한 생명의 기지개로 보입니다.


이 카드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은 바로 트럼펫이에요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는 우리의 무의식의 깊은 잠 깨워줘요


마치 우리에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것 같지 않나요

우리가 이 '부름'에 응할 때 모든 것이 변해요.


신의 부름을 들은 자는 많아도 부름에 응한 자는 드물다고 하듯, 이들은 이미 무의식의 물에서부터 물고기가 물에서 갈증을 느끼는 깊은 염원의 갈증을 영혼으로 느껴 왔기에, 드디어 부름에 응한 자가 된 것이에요.



보통 이 카드가 나왔을 때, 제목 만으로 무언가를 심판하고 유죄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음으로 간주하는데, 사실 이 카드는 그림이 시사하는 바와 다르게 부활을 중점적으로 내세워 당신에게 일어나는 변화인 영적 각성을 인식하라고 말해줍니다.


심판 카드는 여러 키워드들이 있어요. 구원과 부활 외로 보상받는 재회, 재혼, 기다리던 사람, 기다리던 소식 등등이 있어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을 받으려면 시련을 겪어야 하고, 보상을 받으며면 인고의 대가를 치러야 하며, 재회하려면 먼저 이별을 해야 하며, 부활을 하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냥 누워서 떡 먹는 일이 아니기에 원하는 소식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 전의 낡은 영혼이 거듭나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시간이 있음을 말해주지요.





죽은 자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두고
너는 나를 따르라


예수의 말에 나온 죽은 자들이, 즉 바로 현재 영적으로 죽었으나 육신은 살아있는 어정쩡한 좀비와 같은 우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낡은 자아의 죽음을 받아들이세요.


홀로 관에 들어가 무의식과 감정의 요동에 당황하지 말고 내맡기세요.


물결은 여럿이지만 큰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요.


무의식의 잔물결이 잦아들고 깊은 의식인 고요한 바다와 하나일 때 각성의 윤슬이 빛나게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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