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양」

사랑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자기 소멸

by 하치

재생오류 떠 댓글에 링크 달았어요

밑에서 감상하세요

https://youtu.be/7YPXbtGX03Y?si=R-WVbXfQ4zvrhHK7

https://youtu.be/JYngigoX720?si=fE2Hr1VXEaA1j1Qb



인디 싱어송라이터 정우는 2019년 9월, 정규 1집 앨범 『여섯 번째 토요일』로 데뷔한 한국의 여성 뮤지션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리면서도 힘이 있으며, 담담한 어조로 시적인 가사를 풀어낸다.

포크 기반의 사운드 위에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얹는 방식으로, 그녀는 시에 음표를 단 듯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곡 중 하나인 「나에게서 당신에게」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를 한 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

“못다 한 말은 햇살에 띄워주세요”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처럼 들리는 이 노래는, 산뜻한 멜로디와는 다르게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담고 있다. 정우는 이처럼 시적인 언어로 감정을 직조하며, 듣는 이의 내면 깊숙한 곳을 조용히 건드린다.


그녀의 감성이 가장 응축되어 드러나는 곡은 단연코 「양」 이다.


「양」 : 자기 소멸을 선택하는 사랑


“내가 잘못했어요
여기 두고 가지 말아요
제가 더 노력할 테니까
살아만 주어, 살아만 주어요”


“나 당신의 어린 양이 되어
슬픔의 배를 가르고
어리석은 사랑을 꺼내 보이겠어요”


이 곡에서 ‘늑대’는 병들어가는 존재이며, ‘양’은 그 곁에 남아 있는 이다. 그러나 단순한 보호자나 연민의 대상으로서의 양이 아니다.

정우는 이 곡을 통해 사랑, 죄책감, 죽음, 구원, 그리고 '먹는 존재와 먹히는 존재'의 역할이 뒤바뀌는 비극적 구조를 그려낸다.


“마른기침 멎는 날
그대로 곁에 앉아
이 죄를 쓰다듬어 주세요”


화자는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자신의 죄’로 인식한다. 마치 신화 속 속죄양처럼, 상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려는 다짐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감정의 책임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극단적인 자기희생의 선언이다.


‘양’은 조건 없는 사랑의 상징이다. 연약하지만 깊고, 끝내 자기 소멸이라는 방식으로 상대를 감싸는 사랑. 늑대가 양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양이 스스로 늑대에게 먹히기를 원하는 역설 속에서, 우리는 본능을 넘어선 사랑의 비장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정우는 이러한 고백을 여리지만 단단한 보이스로 절정까지 밀어 올린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픔이 아니라, 사랑의 무게에 대한 경건한 송가처럼 들린다.



----------------------------------


사랑은 결국, 조용한 질문


정우의 「양」은 비극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노래다. 연약한 자가 강한 자를 품고, 본능을 넘어선 사랑이 어떻게 죽음조차 포용하는 온기가 될 수 있는지를 노래한다.


이 곡은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과 현실적인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결국 무엇인가.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정말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 끝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정우는 삶과 죽음 사이, 감정의 조율을 ‘양’이라는 은유로 우리 앞에 내민다. 그리고 우리는 그 조용한 울림 앞에서 사랑의 본질을 다시금 묻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