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신 밤을 새우는 것이다

김현창 「아침만 남겨주고」

by 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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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감상하세요

https://youtu.be/qeASQauOz4k?si=pxTf4i2m3GZoMrnY



김현창의 노래 「아침만 남겨주고」는 누군가의 고통을 조용히 감싸 안는 사랑의 본질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노래는 극적인 장면도, 눈부신 고백도 없다. 다만 어두운 밤을 묵묵히 곁에서 새어주는, 절제된 헌신이 있다. 그 태도는 말없이 등을 내어주는 이의 사랑이며, ‘함께 있음’의 가장 고요하고 깊은 방식이다.



누군가의 밤은 참으로 쉽게 부서진다.

외부의 충격 없이도, 말 한마디 없이도

그저 혼자 있는 것만으로

어둠이 무게가 되어 내려앉는다.


“너의 밤은 부서지기 쉽고
가끔은 밤새 가라앉기도 해”


그걸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너짐을 지켜본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보다 더 깊은 어둠을 통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화자는 그 어둠 앞에서 멀리 서 있지 않는다.

“그걸 보는 내 마음은 너를 따라 헤매어요”

— 그는 스스로의 중심을 포기하고

상대의 그림자를 따라 걷기로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내 마음보다 네 마음이 먼저인 상태.


“나를 찾지 않아도 돼요
나는 여기 옆에 있으니”


이토록 담담한 말투로 전해지는 이 한 줄이

얼마나 깊은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존재를 과시하지 않으면서,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것을 전한다.

이 노래는 어디서도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사랑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뒤척이는 밤일 거라면
내 밤이라도 가져가 줘요”


이 대목은 이 노래의 핵심이자

사랑이 가진 가장 이타적인 얼굴이다.

너의 밤이 불안하다면, 내 밤을 너에게 내어줄게.

나의 평온을 포기할 테니, 너는 잠들 수 있기를.

이 마음은 절절하지 않아서 오히려 묵직하다.

어떤 소리도 없이, 가장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잠든 숨소리는 파도 같아요
그런 밤바다는 무섭지 않아요
기대어 잠드는 밤은 애틋하고요”


이 장면은 한 편의 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숨소리를 파도에 비유하는 감수성은

그 사람을 얼마나 섬세히 지켜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파도란 반복되고, 흔들리고, 다가왔다가 물러가는 것.

그 불안정함조차 포용하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

‘기대어 잠드는 밤은 애틋하다’는 말에는

슬픔과 따뜻함이 동시에 젖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노래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가장 간절한 사랑을 고백한다.


“네가 되어서 아무도 없는
밤을 대신 새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네가 되어서’라는 말은 단순한 공감의 표현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자리에 완전히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다.

그 사람의 고통, 눈물, 가라앉는 마음까지

모두 껴안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너에게는 단 하나 —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다.

이토록 절제된 문장이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 있는지,

그런 마음은 어떻게 이토록 따뜻할 수 있는지,

노래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 반복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절실해진다.


“네가 되어서 가라앉는 맘
밤새 대신 울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밤을 새우는 사랑,

눈물을 대신 흘리는 사랑,

그리고 그 끝에 아침을 건네는 사랑.

그것이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랑의 결’이다.


사랑은 말로 표현되기보다,

어떤 밤을 함께 건너느냐로 증명된다.

그 밤이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면,

그 가루까지 안아주는 마음.

그 어둠 끝에 있는 햇살 한 줌을

다만 당신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기도.


이 노래는 결국 그렇게 남는다.

가장 어두운 밤을 대신 건너는 마음,

아무 말 없이 등을 내어주는 사랑의 기록으로.

그리고 그 끝에,

볕이 드는 아침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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