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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쓰 Nov 22. 2021

숲속의 자본주의자

도시의 자본주의자들이 읽은

현대판 가족형 월든이라고 하면 되려나. 엘리트 교육을 받고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한 73년생, 75년생 부부가 남편의 나이 마흔이 되던 해인 2013년, 안정적 생활과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 시애틀 근처 시골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다. 딱 10년 전, 이 책의 작가 박혜윤이 남편 김선우에게 시골로 가자고 했을 때 남편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반대했지만, 10년이 지나 직장 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남편이 이번에는 은퇴하고 시골로 가자고 아내 박혜윤을 설득한다. 그렇게 네 가족은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살게 된다.


오전 10시에 온 덕에 카페 3층 독점한 섬북동.

Q. 모두 책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영: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가치가 아니라 자기만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고 사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가령, 보통은 부정적으로 보는 '포기하기'나 요즘 트렌드인 '자존감'에 대한 부분을 다르게 해석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예: 법정스님 책을 주변에서 추천할 때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 책도 조금 그랬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이나 인생을 따라하거나 닮는 게 아니라 참고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사실 남편분이 쓴 책이 나한테는 더 잘 맞을 것 같기는 하다. (*남편 김선우씨가 쓴 책 <40세에 은퇴하다>는 2019년에 출간됐다.)

옥: 대체로 좋았다. 다만 철학 이야기를 할 때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상충하는 부분은 있었다. 

정: 여자가 철학책을 쓰면 이렇구나 싶었고, 그래서 좋았다. 특히 작가가 사람들과 불화하는 부분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필통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원하지 않는 욕망을 자꾸 주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을 불편해하고 싫어한다.

윤: 어느 단계에서 포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에서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시작하면 완벽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다이어트도 그렇고, 나의 경우 비누가 그렇다. 

(영: 유럽에 가서 비싸고 조악한 비누를 써봐야 언니 비누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을 거예요! / 일동: 빵 터짐)

진: 나는 욕망덩어리다. 그래서 매사에 '그냥' 이라고 말하며 시큰둥한 동생을 보면서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이유가 '그냥' 일 수도 있겠다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저자 박혜윤은 네 가족이 평균 100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고 썼다. 인터넷도 끊고, 휴대전화도 온 가족이 돌려서 쓰고, 도시에서 달고 살던 커피 대신 들에서 뜯어 말린 차를 마시고, 하지만 그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발제자 윤의 하루 스타트 버튼인 빵!

Q: 내가 생각하는 부유함이란?

은: 난 명확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저축되어 있는 상태다. 

(정도 공감하며 은의 나이 때 본인의 기준은 1년이었다고 한다.)

달: '부유함'이라는 말이 좀 애매한데, 정말 부유한 상태는 노동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이고,

그냥 여유 있는 정도의 부유함은 여행할 수 있을 때 여행하고, 곱창을 먹고 싶을 만큼 사먹을 수 있는 정도다.

진: 일년에 두 번 가족들에게 1인 10만원 정도의 식사를 사줄 수 있고, 보고 싶은 공연을 "VIP"에서 볼 수 있는 것!

정: 예전보다 수입이 늘어났지만 나의 생활 태도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호텔에서 친구에게 부페를 사려고 했더니 1인 20만원가량 해서 너무 놀랐다. 여전히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영: 계좌 잔금을 확인할 필요 없는 여유. 가족, 친구에게 사주고 싶은 것을 고민없이 사줄 수 있는 여유.

옥: 이제 소박한 부유함 이야기는 끝난 것 같으니, 진짜 부자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드 '스타트업'과 '빌리언스'를 보면 어마어마한 부자들 이야기 나온다. 우리의 기준에서 그 사람들은 돈이 엄청 많지만 정작 본인들은 계속 돈이 없다고 생각한다. 


Q. 오래된 습관이나 사회적 맥락 중 다시 점검해봐야 할 행위, 맛, 행동은 뭐가 있을까?

영: 분명 많았을 텐데 생각이 잘 안 난다.

정: 이미 굴복한 경험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동 고민 중)

윤: 패스하시죠!


Q. 의미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지내야 할 때 나의 선택은? (태극기 부대 부모, 상사, 고객 등)

정: 누군가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주제는 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할 이야기가 별로 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영: 사실 가족과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는 경우에는 그 주제를 피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옥: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충돌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부딪치다 보면 점차 이해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섞여야 한다고 본다.

달: 나 같은 경우 남편과 부딪치는 주제는 피하게 된다. 다만 회사 대표나 상사가 그러는 경우에는 힘들다. 

윤: 시부모님이 태극기 부대다. (하아...) 

일동: 너무 어렵다. 

Q: '월든' 속 오두막에서 3년을 살아야 할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자본주의적) 아이템은?

윤/정: 온수 보일러. 

진: 전자레인지 필요한데.

옥/은: 일단 인터넷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영: 일단 올 빌트인이면 좋을 것 같다. 에어프라이어도 필요한 거 아니냐?

(의외로 이 질문에서 모두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무엇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ㅋㅋ

욕망하지 않는 삶이란 철저히 도시 자본주의자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 머나먼 세상이었던 것!)


Q. 나의 행동 중독에는 뭐가 있나? (아침 카페, 저녁 술 등)

영: 커피.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데 도저히 끊을 수는 없어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심지어 요즘은 커피가 그리 맛있지도 않은데, 일단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는 행위에 중독된 것 같다.

진: 아침에 꼭 맥심 화이트 믹스를 마신다. 블랙커피를 마시면 뭔가 부족해서 다시 맥심 화이트를 마신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말에 집에서 마시면 맛이 없다.

은: 물. 아침에 회사에서 모두 커피를 마실 때 물을 마시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커피를 자꾸 권한다. 카페인이 안 받는다고 설명을 해야 그때야 그 권유를 멈춘다.

달: 행동 중독은 아닌데,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몸이 반응한다. 멍하고 머리가 아프다.

윤: 빵과 커피. 일종의 스타트 버튼이다.


Q. 밑줄 그은 문장은? (결국 게으른 메모로 각각의 밑줄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순서대로 나열합니다.)

-나를 믿는 대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그들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168p)

-돈이 괴로움을 끝내고 행복을 얻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는 이 사회의 기본 전제가 문제였다. (154p)

-포기한 자리에는 무언가가 반드시 채워진다. (71p)

-하지만 막상 내가 일할 때에는 그 긴 과정이 나에게 의미가 된다. 나의 의미, 나의 성장, 나의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일은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세상의 속도와 다른 방식의 성숙과 배움이기에, 이런 일들의 가치는 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126p)

-포기도 때가 있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삶이 포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72p)


저자는 도시의 풍족함과 평범하게 돈 버는 삶을 버리고 시골에 가서 산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돈이 주는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 때 돈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이 된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더 욕망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라고 믿고 자족하는 것.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우리 삶이 대단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 삶은 지금 이대로 '충분히 좋다!'


11월 20일(토) 오전 10시

숲속의 자본주의자 / 다산초당

참가자: (발제자) 윤, 정, 달, 영, 진, 옥, 예, 은 (총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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