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너에게
연휴의 마무리는 너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오랜만에 한강에 가서 돗자리를 깔고 네가 만든 스콘을 먹으면서 둘이서 여유를 즐겼어.
날씨는 조금 우중충했지만, 이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지.
너와 함께 사소한 일들을 나누며 깔깔거리면서 웃고, 서로 기대서 장난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더라.
시간의 속도는 행복에 비례하는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시간들이 야속할 뿐이야.
그렇게 웃던 내가 갑작스레 네게 미안함을 이야기했어.
대전으로 내려오고 나서부터 이유모를 미안함을 느꼈던 나였어.
어쩌면 내가 미안한 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너를 웃게 해주지 못해주고 있다는 나쁜 생각들 때문인 것 같아.
그런 내게 너는 미안해하지 말라며 나를 바라보며 손을 꼭 잡아줬어.
그렇게 나의 마음을 사르르 풀어주는 너를 바라보다 문득 인연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어.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일어나서 걷고 또 걸었어.
요즘 자취방이 없어서인지 함께 걷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아.
어쩌면 긍정적인 효과일지도 몰라.
너랑 걸으면서 사소한 대화들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깊이는 더 깊어져 가.
다만 지금 너무 아쉬운 건 다시금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야.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지금 조금은 슬프지만 그건 내가 너랑 이제 막 너와 떨어지고 나서 나를 덮쳐오는 피로감 때문이겠지?
나는 이제 대전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이야.
우리보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물론 많겠지만, 내게 중요한 건 너와 나라서 이런 감정의 해후가 몰려오나 봐.
벌써부터 그립고 함께하고 싶어.
정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