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를 나누고 나누고 나눈다
2008년 서울대 인문대에 입학했다. “어떤 전형으로 들어왔냐”는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였다. 정시, 수시로 시작된 구분 짓기는 꼬리를 물었다. 누구는 수시 특기자(현 학생부종합), 누구는 지역균형선발, 또 누구는 농어촌 지역 특별전형(현 기회균형) 등.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이겠지만 나와 너를 구별하는 판별법이기도 하다.
기회균형특별전형(기회균형)은 정원 외 전형이다.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차상위), 농어촌 지역 출신 등에게 기회를 줘 계층 간 사다리를 복원하자는 취지다. 직접 만난 기회균형 입학생들 중 다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개중에는 실제로 사다리를 복원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쏟아진 건 차가운 시선이다. 일부 서울대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의 익명성에 기대 이들을 ‘함량 미달’로 불렀다. 기사가 나간 후 포털 사이트엔 ‘뇌에서 나온 소설’ '서울대생이면 과외가 쏟아지는데 뭐가 힘드냐‘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요즘도 낮에 농사짓고 밤에 공부하는 줄 아냐’는 비난도 있었다. 김정은(가명·21·여) 씨가 살아온 현실은 네티즌들의 선긋기에서 폄하됐다.
대다수의 대학은 사회배려자를 대상으로 ‘고른 기회 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대학들의 고민도 서울대와 비슷하다. 몇년 전 유명 사립대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지병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대학에 영어수업이 많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차별적 시선에 괴로워했다는 것이 주변의 목소리다. 글로벌화를 표방한 대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차별까지 필연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는 월 30만 원의 장학금과 개인교습 프로그램 등을 갖춰놓았으니 나머지는 학생들의 몫이라고 했다. '신분 노출'과 차별의 위험을 지적하는 학생들의 문제는 귀 닫았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내미는 손길도 유사하다. 자립을 돕겠다며 다가갈 때 임의적 구분부터 한다. 복지의 경우 재원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구별'이 가져오는 차별에는 무관심하다. 상처입고 아파하면 이제는 너희가 노력을 해야지,라고 말한다. 기회를 줬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선별적 무상급식 논란이 그랬다.
서울대 기회균형 문제는 한 단면이다. 선발 단계부터 각종 전형이 나뉘고 구분 지어 시작된 차별이다. 학생들은 선긋기와 배제만 없어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기회균형'이란 이름으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대단치 않은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