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BGM� Jeremy Zucher_comethru
- 카페에서 자주 듣던 대표 BGM으로 떠올라서 선곡해본 곡.
나는 이 글쓰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나는 최적의 순간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급한 건을 해결해야 했고, 내 눈에 보이는 저 쓰레기를 치워야 했고, 널부러져있는 빨랫감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아 자리에 앉았더라도 Start를 끊기까지가 오래 걸린다. 실제로 그 업무를 빡세게 진행하는 시간은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준비 운동만 종일이라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나의 집중력 방해꾼이자 우리집 귀염둥이 '코코'
그래서 나는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카페를 간다.
집 안에 있으면 아무래도 바로 내가 손댈 수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보여서 눈길이 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집안일을 시작하게 되고 또 그게 시간을 많이 뺏기도 한다. 특히나 우리집에 있는 강아지, 코코가 눈이 안보이다보니 여기저기 들쑤시다가 부딛히고 또 뭔가 필요하다는 제스처를 보이면 집사인 내가 달려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겨줘야 한다. 이렇게 주변에 정리할 것들을 찾게되면 한도 끝도 없다보니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넘어가기도 했다.
나는 심심할 때 예쁜 카페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다보니 나는 아예 장소를 옮겨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방법을 바꿔봤다.
새로운 것들이 있는 오픈된 장소에 가면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이 잘 됐다. 왜 꼭 밖을 나가 카페를 가야 집중이 더 잘될까? 우리집이 아니다보니 더럽든, 정리가 되지 않았든 상관없기도 하고 또 다른 손님들이 있다보니 마냥 편하게만 있을 수 없는 장소라서 집중이 잘 되는게 아닐까? 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던 중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왜 호캉스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대가 집중하기 위해 카페를 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한 구절
김영하 작가는 또한 책에서 집은 의무의 공간이자 속속들이 내 삶에서의 고통을 흡수한 물건들이 산재한 공간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말에 공감이 많이 됐다.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는 집 안에 있더라도 여러 물건들이 가진 자잘한 고통의 냄새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많은 할 일로 인한 시간의 압박 등으로 여유가 온전치 않을 때는 그 물건에 대한 기억 속 작은 고통들이 오히려 찾아왔었다.
'이 카페트를 본 친구랑 마지막 만났을 때 어색했었지. 한번 연락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 책.. 옛날에 사놓고 아직도 읽어보질 못했네. 빨리 다 읽어야 하는데...'
'코코가 여기 긁어서 소파가 찢어졌었지! 어떡하나..'
변명일 수 있지만, 이렇게 주변에 산재된 고통은 내 얕은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에 충분하다. 고로 나는 집을 떠났다. 조금 더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낯선 곳으로 향한다. 카페는 0.5평도 안되는 좁은 공간이 내가 사용가능한 유일한 곳이지만 책상, 의자, 콘센트, 커피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정말 엉망진창인 집에서도 명작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 글은 단지 빛 좋은 변명일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의 개복치같은 집중력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렇게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것도 나만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