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도서협찬 #평친클나쓰 #악마대학교 #김동식 #현대문학
게임, 웹툰, 드라마 할 것 없이 회귀물 열풍이 일었죠.
왜 사람들이 회귀물에 빠져들까요?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보면
캐릭터가 떨어져서 죽고
상대에게 총, 활, 칼에 맞아 죽어도
바로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그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무한반복으로요.
저는 게임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우리 때 하던 게임은 대체로 제한이 있었어요.
목숨이 3개로 정해져 있어서
목숨 3개를 잃기 전에 판을 깨거나
점수를 따거나 해야 하는 형식이었죠.
애써 올린 포인트는 목숨 3개를 잃는 것과 동시에
리셋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좌절을 수없이 겪어야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목숨이 끝나면 게임을 중단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좌절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그런 장점?이라도 있었던 거 같고요.
요즘 아이들이 주로하는 게임은
그런 장점조차 잃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내 실수에 별로 큰 책임을 질 필요가 없고요
(팀원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갑자기 팀이 마음에 안 들면 혼자 나가버리기 일쑤).
쉽고 빠르게 포기합니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 공들여 힘들게 얻는 아이템도
현질로 쉽게 장착할 수 있으니
뭔가 기다리고 도전하고 끈기를 발휘할 기회도 적죠.
회귀물 열풍은 일종의 책임 회피나
현실 도피 욕구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요?
악마들의 행복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겁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킬지 고민하는데요.
김도식 작가님은 급기야 더 영리하고 악독한 악마를 양성하는 대학교를 고안해 내셨네요.
김동식 작가의 <악마대학교>는
결국,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
라는 결론에 다다르는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인간이 어리석음을 확인하는 소설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재미로 보면 될까요?
단순히 재미로 보기엔 다소 참담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그런 의도로 이런 작품을 쓰셨다면 저는 작가님께 실망하고 말 겁니다.
세 악마가 등장합니다.
악마대학교 학생이죠.
말투가 독특해요.
‘하다’체를 사용하네요.
저도 하다인 데요. 크크크
말투도 독특하고
유황한숨을 쉰다든가
화이트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다든가하는
깨알 재미가 있어요.
외부 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관하고
즉석에서 스카우트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창의융합 경진대회’ 사전 점검 날,
지각하는 악마 벨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벨은 인간들이 가장 욕망하는 ‘영생’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하는 방식을 발표해요.
‘시간역재생기’를 보여주며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준다며
인간을 꼬드겨본다네요. 교수는 이 아이디어에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면박을 줍니다.
기가 죽은 벨은 친구 아블로와 비델에게 푸념합니다.
둘은 벨에게 마력을 빌려줄 테니
인간계로 내려가서 여벌로 준비해 둔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보라면서 아이디어를 말해보라고 하죠.
벨이 말하는 여벌의 아이디어가 별로라며
아블로는 자신의 아이디어 인간계로 내려가 시물레이션 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아블로는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죠.
「자신이 모든 이성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졌다고 믿는 인간이 한 사람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힘을 쥐여주면 그 힘을 쓰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지. 시간의 문제일 뿐, 대부분 파멸의 길로 들어설 거다.」 _44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고백했을 때 상대가 수락할 확률이 보인다면,
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내 취향의 이성을 만났을 때마다 무분별하게 그 능력을 사용할 건가요?
비델은 ‘돈’에 대한 욕망을 이용해요.
인간이 돈 앞에서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서른 살 평범한 3년 차 회사원이었던 도준은 자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꾸는 인물입니다. 악마의 먹잇감으로 딱 맞죠.
악마 비델은 그에게 ‘누군가의 사망 연도가 홀수인지 짝수인지,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사망하는지, 몇 월에 사망하는지, 며칠에 사망하는지’ 알아맞히면 배팅액의 ×3, ×6, ×30, ×100을 받을 수 있는 도박을 제안합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맞히고 좋아하는 자신에게 놀라고 죄책감을 느끼던 그가 어떻게 되는지 볼까요?
「“아니 씹! 죽으려면 일주일만 아니, 6일만 일찍 죽지! 왜 1월 5일에 죽냐고 씨발!”」 _62
그의 끝은 불 보듯 뻔하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벨의 여벌 아이디어 테스트는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악마보다 한 술 더 뜨는 악인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악마가 오히려 악인에게 한 수 배워야 할 판입니다.
인간은 악합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으로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성악설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분명 선에 대한 의지가 있어요.
악은 본능을 조절하지 못해 발현되는데 비해
선은 그 본능을 조절하려는 의지의 발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에 심어두신 양심이란 녀석의 활동이라 볼 수도 있겠고요.
이 책은 결코 악마에게 넘어가 자빠지는 인가들의 한심함을 강조하는 책이 아닐 겁니다.
인간의 선에 대한 의지를 일깨우려는 시도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어리석은 인간만이 악마를 실직시키기도, 취직시키기도 하는 법이니까.」
-박인성 문학평론가 작품해석 중에서
우리 세상이 굴러가는 건 그래도 극악무도한 소수에 비해
평범한 정도일지언정 양심을 지키는 선한 무리가 더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평범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오히려 자신의 욕망의 순도를 체크해 보는 기회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