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카페에선 정말 외롭지 않을 듯요. 수많은 이야기가 말을 걸어올 테니!
❝이 저녁, 절굿공이에 꿈가루를 빻는 8월의 토끼가 되어야지❞ _227
『양들의 친목』
하래연 카페 산문집
도서출판 이곳
내가 래연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해진 공간에서 더 자라지 못하고
답답할 고무나무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라서다.
‘별을 보고 싶어 하는구나.’ _92
또,
초저녁이라 한적해진 램카페에서
주스를 빨다가 문득 입을 맞추는 커플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었을 때, 그의 반응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 아름다워 누구라도 보아주지 않으면 안 될 듯하다. 의무적으로, 저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증인이 되고 만다.’ _108
또 있다.
‘눈이여, 이 쓰디쓴 일상을 덮어주세요.’ _118라는
멋들어진 문장을 쓸 줄 아는 시인이라서 좋다.
지극히 평범한 사고에서 한 발짝
벗어나기 위해 난리 부루스를 한 열 번쯤
춰야 가능한 나는,
저런 문장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 내는 작가들을 보면
그저 부럽다.
그 원천은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도 같다.
나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세심한 관심을 다짐할 계획조차 잊어버리곤 한다.
결국은 내가 만들어낸 바쁨에
내가 가질 여유도 갇혀 버린 시국이다.
『양들의 친목』 같은 책은
갇힌 내 여유를 잠시 탈옥시켜 주는 구원자가 된다.
느긋한 작가의 램카페 나들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유가 감돈다.
그 여유는 오히려 내 사유를 바쁘게 만든다.
잠깐 멍도 때려보고,
작가의 말을 곱씹기도 하고,
내 생각은 이런데? 하고
혼자 대화를 나눠보기도 하며.
램카페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글을 써보자고 작심한 래연 작가의
곁에 항상 맴도는 것은
음악과 커피, 노트와 책, 볼펜과 자연,
재미난 이야기들, 그리고
모든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눈빛 따위다.
그 눈빛에 포착된 누군가가 이 글의
주인공이 된다.
하루는 초록 자전거를 타고 온 외국인,
어떤 날은 찜질방에서 서늘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아주머니들 말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램카페를 가는 천변에서 만난
왜가리와 오리들, 들쥐와 장미,
키 자란 풀들, 햇빛과 바람,
램카페 창 밖에 내리는 눈,
석양과 램카페를 채워주는 노래까지도
글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다 문득문득
작가는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곤 한다.
복잡했던 연애와
온전한 즐거움이었던 멤버들 이야기,
그들만의 공간 에뚜왈(별).
허름했지만 낭만이 있었던 그곳과
낭만을 아는 멤버들과의 추억의 순간들로 말이다.
래연 작가의 글은 평범하지 않다.
어찌 보면 4차원적인 면도 있다.
나는 지극히 3차원적인 사람이라
4차원적인 사람들의 무언가에 매력을 느낀다.
그 매력을 또 다른 독자들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장들을 소개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열(熱)을 잃는 일인가?」 _98
「정처 없던 그때의 나는, 이곳 램 카페에 앉아 그 시절 이야기를 평온히 적어가는 지금의 나를 엿본 적 있었을까?」 _156
「팔 수 없는, 팔리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다고들 해요. 하지만 이 끝없는 시장에서 깊은 동굴의 벽화를 그리고 팔 수는 없었어요. 충분히 어두워져야 했고, 침묵이 종유석처럼 자라나야만 했어요. 그런 곳에 깃들어 그림 그리는 이가 바로 나예요. 통 팔리지 않는 기도만을 그리는.」 _185 <근원에게> 중에서
「인류가 ‘나의’라는 소유격을 떼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가 올지도 모른다. 둥우리 만들기와 축적은 곰팡이를 감당치 못한다. 백만 번 귀가해도, 집에는 내가 없다.」 _188
「우리는 모두가 가담한 연극의 결말을 같이 치러낼 뿐, 아직도 한 눈 감은 행복에 요행을 기대할 수 있을런가?」 _194
「어차피 정신 나간 세상은 저 스스로 길바닥에 주저 않자 헛소리하게 두자.」 _226
기록하고 싶은 문장이 더 많지만,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덧, 이런 사랑스러운 책을 탄생시키는데 ‘백조’(‘일조’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니) 해준
<램 카페> 카페지기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