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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쌤 Oct 26. 2021

향이 보인다 ㅡ 당신의 마음을 끌다

금목서 사진을 보내 준 사람


상강을 지나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는 나무. 금목서 사진  몇 장을 보내는 사람이 말했다. '기억나? 바닷가 위 그 찻집 정원수?'.


응, 하는 짧은 대답에는 함께 마신 커피 향도 삼나무향도 섞여 있었다. 감나무 밭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보내온 금목서 다섯 장에서 향이 났다. 어느 신경학자의 책에 의하면 기억을 일부분, 아니 통 째 잃은 사람들도 향은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했다. 향으로 병을 치료하기도 하듯이.


금목서(만리향). 사천 어느 감나무 밭에서


걷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이 이럴까 싶어 주변을 둘러봐도  찾기 어려운 나무가 있다. 요즘 이렇게 콧등을 치는 향이 있는데 먼 데서도 느껴져 나무는 못 찾아 아, 여기 어딘가에 금목서가 있겠구나 하고 지나간다. 내가 맡고 지나가면 뒤에 오는 사람도 한 마디 꼭 한다. 와! 무슨 향이 이렇게 좋지?


'향이 보이는' 이 나무는 꽃말이 '당신의 마음을 끌다'라고. 향수 넘버 몇 번 같은 이 문장에 우리가 설레는 날이다.


부지런하여 퇴근길에도 불쑥 나무 사진이나 들꽃 사진을 보내주는 사람은 다정한 사람. 고객 이름 부르듯 나무이름을 친절하게 부르는 이 사람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물 앞에 서면 나는 온순해진다. 속엣말을 꺼내 위로받고 싶어 진다. 내가 그의 손님이 되어 이런저런 사정을 다 털어놓고,  말하고 싶어 진다. 눈높이를 잘 맞추는 이가 들꽃을 살피고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 거 같다.


좋은 사람은 茶와 같다는 말도 있어 다향천리라 한다. 천 리를 같이 가도 다툼이 없을 친구라 한다. 귀한 차를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 한다. 내게 만리향을 보여준, 만리향이 필 때 차를 마시자 했던 사람에게서 다시 도착한 사진을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식물 하나 키우지 않는 사람은 좀 나가 줄래요? 불 좀 꺼 줄래요?라고 나는 나의 <흑백사진>이라는 시에 쓴 적이 있다. 눈물로 불을 끄면서, 속을 시커멓게 다 태우면서 사는 이야기를 흑백사진으로 표현한 적 있다.


아름다운 사람아.


십 리도 멀어 발 병 난다 했는데 팔십 리 섬진강도 뱃사공이 있어야 남해까지 가는데 만 리는 어느 만큼의 마음일까? 인터넷 초고속이라는 말도 뒷걸음에나 있는 말이 된 요즘, 사람아 사람아 금목서 같은 사람아. 너에게서 나는 향이 남쪽을 물들인다.

금목서 꽃말은 ㅡ 당신의 마음을 끌다

사진을 찍어 톡으로 공유하는 사람에 대하여 잠시 생각한다. 같은 사진을 여럿에게 공지하듯 보내는 이 사람의 정성과 마음을 몰라준 지난날을 반성한다. 코로나19 관련 안전 안내 문자가 매일 실시간 날아오는 요즘에 만리향의 사진이 얼마나 싱그럽고 달콤했는지. '오다 주웠다는 꽃다발'이 어색한 두 손과 마음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했듯, 방금 찍은 사진을, 꽃 사진을 톡으로 보내는 사람의 향은 얼마나 소중한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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