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수_ 이수의 일기>를 읽고
아이들의 글을 읽은지가 참 오래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글쓰기 활동을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면서 그랬다. 그러다 오랜만에 아이의 글을 읽으니 행복했다. 잊고 있던 행복이었다.
"와, 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예전에 아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자주 감탄하곤했다. 물론 정말 성의 없이 쓴 글 10개를 읽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행복이긴 하다. <이수의 일기>를 읽을 때도 참 많이 감탄하면서 읽었다. 특히 첫 에피소드를 읽고 선 며칠 전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간 엄마의 하소연이 생각났다. 엄마는 너무 성의 없게 말하는 의사에 분노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바로 책의 내용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누가 쓴 거니?"
"응,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남자아이가 쓴 일기인데 멋있지?"
"그러니까. 어쩜 애도 아는 걸 그 의사는 모른다니! 애가 정말 어른스럽다."
그렇게 엄마랑 통화를 마치고 나니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애가 어른스럽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다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자기 일에 성실하고 친구들을 배려하고 생각이 멋진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어른스럽다라는 말은 아이에게 쓰기에 적절하지 못한 칭찬이지 않을까.
점점 부끄러운 어른들을 목도할 일이 많아진다. 그만큼 어른이라는 말도 점점 퇴색되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다만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감히 어른들이 다시는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키면서 살아가길.
2021.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