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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May 28. 2019

방콕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Thanks to 블랙핑크 and 방탄소년단

"Do you know BLACKPINK?" (블랙핑크 아세요?)


물론 안다. 블랙핑크의 '제니'도 알고 블랙핑크가 4명이라는 것도 알고 YG 소속이라는 것도 안다. 딱 이 정도 알지만 나는 이렇게 답한다.


"Sure! I like BLACKPINK."


방콕에 소재한 국제학교에서 비정기적으로 일을 하게 됐다. 어린이집(Pre-K)부터 고등학교(HS)까지를 넘나들며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내 소개를 하면서 이름을 말하면 아이들이 갸우뚱한다. 나는 태국에서도 여전히 내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어로 쓰고 있고 그런 이름이 이곳의 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이다.


생소한 내 이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좀 예상외다. 낯선 이름인데 반가워하는 것 같은 느낌.

내 이름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의 첫 질문은 "Are you Chinese? or Japanese?"(중국인이세요? 아니면 일본인?)이다. 방콕에 한국인들이 많지만 방콕 시내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이 곳에는 한국인이 아주 소수이고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많기에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내가 "No"(아니.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데)라고 하면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Are you K.O.R.E.A.N?" (그럼 설마 한국인이세요?)

한국인이냐고 물으면서 사뭇 달라지는 아이들의 억양과 톤. 내가 한국인이라는 답을 하기까지 내가 별다른 반응이나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나만 바라본다. 내가 뭐라고 답을 하든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보통 초등학교부터 중학생까지 비슷한 기대와 반응을 보인다.


내가 "I am Korean."(나는 한국인이야.)이라고 당연한 답을 했을 때 학생들은 흥분한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나를 너무 반겨주며 환호하는 학생들에게서 나오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Do you know Blackpink?"

"Have you ever met Blackpink?"

"Can you sing in Korean?"

"Do you like Blackpink? We love them!"


나는 블랙핑크의 B와도 가깝지 않지만 그저 블랙핑크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로 환영을 받는다. 저학년 아이들은 나와 시간을 보내면서 뜬금없이 "I like you" "I love you" "You are pretty" 하면서 관심을 표현하는데 나는 이게 다 블랙핑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블랙핑크와 같은 한국인이고 그들의 언어와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어떤 날엔 중학생 한 명이 복도에서 내 앞에 섰다. "안.녕.하.세. 요 오?" 중국인 학생이다. 국제학교에서 영어만이 허용되지만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그들의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스스로 익힌다. 한국인이 흔치 않은 곳이기에 자신이 스스로 터득한 한국어를 테스트해볼 기회가 없고, 나를 학교에서 마주친 날은 무슨 말이라도 한마디 한국어로 해보고 싶은 날인 것 같다.


어느 날엔 그 학생이 나에게 와, 또 다른 한국어를 시도하려는 듯했다. 또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배워왔구나 싶어서 가만 기다려준다.


"여. 러. 부운. 반갑습니다!"

하고는 서툰 한국말을 한국인인 나에게 했다는 이유 자체로 엄청 즐거워한다.

"너무 잘했는데, 여러분은 지금 쓰기에 적절치 않은 것 같아."라고 설명해준다. 방탄소년단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향해 인사한 것을 고스란히 보고 외웠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언어가 한국어라 왜 여러분이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은지, 언제 여러분을 외칠 수 있는지 영어로 알려줬다.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이나 그들의 존재를 알긴 하지만 그저 하도 많이 미디어에서 그 이름을 들어서거나, 주식 시장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주식들의 흐름을 봤기에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정도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는 날마다 나는 그들을 이렇게 접하게 되고, 낯선 한국인과 국제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친밀함을 주는 고마운 존재로 그들을 만난다.


이들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더욱더 건승하길!

그들 덕분에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에게서 환영받을 수 있으니 나도 응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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