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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Mar 31. 2020

온라인 학습 9일 차 in 방콕

태국 방콕 소재 국제학교의 온라인 홈 러닝

세계는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 중

오늘(2020년 3월 31일) 한국 포털은 "온라인 개학"으로 뜨겁다. 그 시각, 태국 방콕 우리 집 작은 방에 문 닫고 들어앉은 내 남편은 온라인 실시간 수업 중이었다. 남편은 방콕에 소재한 국제학교의 중학교 교사이며, 방콕의 학교들은 이미 지난 3월 17일부로 학교 캠퍼스를 폐쇄하고 교사, 학생 모두 자택에서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 3월 19일부터 세어 보면 오늘이 딱 9일 차.


아침 9시 구글 미트(Google Meets)나 줌(Zoom)에서 화상으로 출석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데 학생들이 이런 소리를 한단다.


"학교 가고 싶어요. 좀 이상한 말이긴 한데..."


학교가 좋든 싫든 학교 안 가는 휴일이 제일 좋은 건 만국 학생 공통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교사에게 이런 고백을 해 오는 것을 보니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학교라는 공간 외에서 학교 수업을 연장해 가는 것은 즐거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쉽지만은 않지만, 온라인 학습(online learning at home)은 모든 과목, 모든 학년에서 가능하다. 적어도 지금 이 학교에서 실행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 그렇다. 9일 차가 되는 동안 "못해 먹겠어요!"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따위의 극단적인 불만이나 포기 같은 반응은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학교로 접수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여기는 어린이집 3세 반도 온라인 학습 중이다. 물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각 가정에서 학부모님의 역할과 참여가 크게 요구된다.


온라인 학습에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학습 규정이 빠르게 생겼고, 그 규정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던 오프라인 학습과는 조금 다르다. 학생들의 집중도와 수업 효율성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


[온라인 학습 규정] *중학교(Middle school) 기준

-오전 9시 시작 ~ 정오(낮 12시) 종료 (원래는 오전 7시 15분 시작~ 오후 2시 40분 종료)

-교시별 학습시간(동 시간 라이브) 25분, 쉬는 시간 5분. (원래는 교시별 60분+5분 휴식)

-학습시간인 25분은 교사와 학생들이 화상 미팅 채널인 구글 미트(Google Meets)나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고, 매 교시 과목마다 약 20분 정도가 소요될만한 숙제를 학생들에게 부여함.

Photo by Elle Cartier on Unsplash


온라인 학습 채널의 선택

기본적으로 수업별 공지사항, 학습 자료 및 실시간 화상 수업 참여 링크, 과제 부여 및 제출 등은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에서, 실시간 온라인 화상 학습은 줌(Zoom)으로 한다. 그리고 과목별 필요한 추가적 학습 도구들이 추가된다.

Photo by Elle Cartier on Unsplash


온라인 학습으로의 전환이 예상했던 것보다 급작스럽게 진행되었을 때, 실시간 학습 수단으로 구글 미트(Google Meets)가 쓰였으나 하루 이틀 정도의 수업 후 교사들의 피드백을 통해 구글 미트가 온라인 학습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다른 수단들을 빠르게 찾고 검토한 후, 현재 줌(Zoom)으로 거의 모든 교사가 쓰고 있고 만족도가 높다.


구글 미트(Google Meets)를 쓰면서 생겨났던 문제점은 그 사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는데 아래와 같다.

호스트(교사)의 수업 실시간 창 제어 권한이 너무 적다.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권한을 가지면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웠다. (현재 이 문제는 해결되어, 호스트가 참여자를 내보내거나 참여자들의 음성을 차단하는 등의 권한이 있다.)

참여자에 제한은 없으나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인원이 6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한번에 학생들을 확인할 수 없다.

한 구글 미트 링크 내에서 소그룹을 구성할 수 없다. (한 수업의 구글 미트 링크를 A라 했을 때, A 내부에서 그룹 활동을 할 경우 A-1, A-2, A-3 등 별도 채팅 창 구성이 안 됨.)

호스트(교사)가 해당 링크에 접속하기 전에 참여자(학생들)가 접속할 수 있어 교사가 없는 동안 학생 간의 사이버 불링 위험이 있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사이버 불링은 온라인 학습으로 급하게 전환하면서는 당장에 생각해내기 힘든 문제이지만,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온라인 학습에는 익숙지 않더라도 수많은 채팅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은 화상 수업 채널 링크 내에서 오프라인 학교 교실 내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자유로움을 느끼고, 실제 목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과 타이핑으로 쳐서 말하는 것이 주는 부담감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규정에 어긋난 발언을 한다든지 친구들을 놀리거나 괴롭힐 수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없을 때는 그런 폭력이 더욱 빠르고 쉽게 나타날 위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위험을 애초에 차단할 기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학습을 하는 내내 이곳은 수업의 연장선이며 학교 현장과 같은 규칙과 예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 번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온라인 학습을 위해 온라인 환경에서 필요한 자세도 함께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줌(Zoom)의 장점은,

화상 채팅 중 화이트보드 모드로 전환하여 강의를 할 수 있다.

한 채팅 링크 내에서 그룹 활동을 위한 소그룹 구성이 가능하다.

한 채팅 링크 내에서 단체 채팅 외 개별 채팅 생성이 가능하다.

호스트(교사)가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참여자(학생들)의 오디오를 제어할 수 있다. 화상 수업 시 서로 오디오가 겹치는 것은 큰 혼란이나 불편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점이 중요하다.

해당 링크에 호스트(교사)가 접속해야 참여자(학생들)의 접속이 가능하다. 교사의 통제 밖에서 학생들끼리 해당 링크에서 수다를 떨거나 그 수다에서 다른 학생을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사고를 예방한다.


나라별 교육 상황, 학교별, 과목별, 담당교사별, 학생별 별의별 다양한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 시국'의 비상체제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기 위해 실천하는 'No Gathering(모이지 않기)'의 차원으로서, 학교 캠퍼스와 교실 내에서의 모임인 학교 등교 및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 학습 수업으로 대체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모든 것이 손 끝 클릭 하나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이미 와 있고 익숙하다. 다만 교육 현장이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것이 당혹스러울 뿐. 어쩜 코로나 이후에도 학습 현장 조금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면 힘은 들겠지만 하나의 해볼 만한 도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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