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의 작은 점에서 시작되었다.
빛과 소리와 생명까지 삼켜버린 지난한 어두움 속에서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버텨 온 나는 어느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빛의 세계로 쏟아져 나왔다.
‘아... 눈부셔...’
눈을 뜨기 힘든 빛과 견디기 힘든 뜨거움은 더 먼 우주 공간으로 나를 밀어내었다. 일순간 빛이었던 세상은 다시 앞도 끝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묻혔고, 나는 그 공간을 부유하며 영원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춥고 무서워...’
끝이나 있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에 몸을 맡긴 채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무료했고, 외롭기도, 또 두렵기도 했지만 크게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줄곧 그래 왔으니까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시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헤아리지 않기로 했다.
모든 감각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지나가던 시간 속에서,
별안간 영문모를 온기가 나를 둘러싸더니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둥둥 떠다니던 날 흔들어 깨웠다. 그것은 36.5도쯤 되는 따뜻함이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애써 귀를 기울여보았다.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늘 위를 보시면 저기 저쪽쯤에 은하수가 지나가요. 은하수는 태양계 같은 게 아주 여러 개 모여있는 거고요,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우리 은하 끝 쪽에 있어요.”
한껏 들뜬 여자의 목소리가 그 말을 받았다.
“와, 그러면 저 은하수 반대편 끝에 있는 별과 행성에 사람이나 생명체가 있어서 하늘을 바라본다면, 그들 눈에는 저희가 은하수로 보이겠네요?”
말을 끝마친 그는 여전히 들뜬 눈을 하늘 위로 들어 내가 떠나왔던 곳 어딘가를 오랫동안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꿈을 꾸는 듯한 눈에 순간적으로 반짝. 하는 빛이 비치는가 하더니 상기된 뺨을 따라 별빛이 꼬리를 내며 떨어졌다. 오랜 어둠의 끝에서 내가 만났던 빛과 닮은 그 빛을 본 순간, 아무도 내게 설명 해 주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나의 본체이자 곧 나 자신인 그가 자신의 기원을 알아차렸음을. 인간의 경험이 닿지도 않는 먼 시간과 공간에서 나와 같은 별의 조각들이 떠내려와 마음껏 유영하다가, 그 우주 속 어느 한 구석에 정착하여 인간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어느 현명한 인간은 일찍이 말했다고 한다. 우주를 이루는 원소와 똑같은 원소로 만들어진 인간들 모두는 별의 자녀들이라고.
그제야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천체망원경 주변에 모인 열여남은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조금 상기된 얼굴로 별과 우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두에게서 나는 내가 떠나온 광활한 우주와, 그 속의 아름다운 별과, 행성과, 빛과, 어두움과, 질서와, 광활함과 그리고 영원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도 마치 우주를 탐험하듯이 서로의 생각을 여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