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어떠했나요

기분파적 질문

by 해차

2025.11.08

오늘도 써 내려갑니다. 무엇도 특별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살아내었다는 대단함에 뿌듯함을 느끼며 칭찬합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는 묻지 않아 주어 감사합니다.


‘어떠했느냐’는 너무나도 기분파적인 질문이라, 나날이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고흥 마켓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글을 쓸 때에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하늘도 무심하지 나를 도와주질 않으시네요. 마지막 날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게 동아줄 서서히 끊어버린 당신의 장난에 실망감에 쌓여 최악의 하루를 보내었다. 그리 말할 것을.


매우 기분이 좋았더라면, 비가 내려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으나, 그 덕에 오래간만에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던 저녁이었고, 그곳에 방문하여 마지막 날까지 버텨낸 시간들로 하여금 옆자리 사장님께 명함을 건네드릴 수 있는 사람을 만들었으니. 얼굴이 익어 내가 나라는 것을 알아 봐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분 좋은 썬 캐처를 하나 만들어올 수 있었던 기가 막힌 우연을 가장한 희망 가득한 하루에 안전하게 집으로 도착한 것까지 무엇 하나 빼놓고 불행했다 말할 것이 없는 완벽한 하루였다 말할 수 있다.


이리도 다른 것을 제가 어찌 오늘 어떠했다 말하겠습니까.


사진/핀터레스트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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