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미술의 구분. 그리고 미술의 범위.
은 이렇게 정의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모든 예술 활동의 통칭이고, 미술은 한 분야이다. (끝)’
또는 '미술은 시각적인 창작분야이며(Visual Art), 예술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창작행위를 종합한다.(끝)'
하지만 ‘그럼 어디까지를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지.
‘미술이란 시각적 예술 분야이지만 현대로 와서는 오감을 모두 활용하기도 하지.
영상을 사용하기도 하고... 물론 영화랑은 다르지만.’ 아니면 ‘현대 기술을 사용하기도 하지.
센서를 통해 사람이 다가가면 움직이거나 말을 하기도 하니까... 그럼 조각...움직이는 조각인가?
조각도 예술이지. 그런데 조각은 미술에 포함되는 건가?’
(특별히 미술을 공부하지 않은) 보통의 관점에서 현대미술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미술품을 보러, 미술관에 갔다가 캔버스하나 못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 시대에서는 ‘여기까지가 미술임’ 이라고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미술 = 볼 수 있는 예술 = 비쥬얼 아트에 비쥬얼이 없는거죠.
특별한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 일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왜 헷갈리게 되었을까요? 우선 미술(美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게 원인입니다. 미술은 19세기 말 일본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인데, 이때 일본은 이제까지 '조선화'로 불리던 회화양식을 '동양화'라는 기묘한 단어로 바꾸어 놓았고 이는 일본이 한국 특유의 회화를 저해하기 위해 특색을 지우고(조선이라는 글자를 지웠죠) 일반화 시키기 위한 것 이었죠.
제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을 때에도(2000년 초반) 동양화과의 명칭을 한국화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만 아직도 대부분 동양화라고 명명되고 있더군요. 일각에서는 동양화와 서양화로 구분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크게 동서양을 구분했을 때 미술기법이 확연이 다르고, 아시아 미술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거죠. 합리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만 저의 의견은 1)서양에서 자신들의 그림을 서양화(Western painting)이라 부르지 않을 뿐더러 2)동양화(Asian painting)로 불리우기 보다는 한국화(Korean painting)로 명명 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이 언어를 정립하지만, 언어가 확립되고 나면 생각이 다시 언어를 따라가니까요. 이름일 가진다는 것은 독립된 주체가 되는 첫번째 조건이기도 하고요.
미술이란 단어로 돌아와서, 단어에도 아름다울 '미'자가 사용되고, 전통적으로 우리는 그림과 같이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을 미술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눈'으로 '대상'을 보고 '느끼는(즐기는)' 예술이 미술인 것 이죠.
저게 핵심입니다. 미술이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중심 생각(Core concept)이죠. 문제는 현재의 미술과 저게 안맞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점이 어긋나 버렸죠.
미술사를 공부할 때 서양미술사부터 배우기 시작하죠? 서양미술사를 기준으로 단박에 미술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원시 미술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르네상스 부터 살펴보는게 좋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전까지 추구해 오던 수학적인, 절대적인 아름다움보다 인간과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비단 미술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죠. 이후 19세기로 넘어가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흐, 모네가 등장합니다. 산업화로 인해 경제가 부흥하고 그림의 수요가 늘어으며 사진의 발명 이후 역설적이게도 극사실주의가 발달합니다. 이때 미술의 개념이 이렇게 이동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린다' 에서 '심상을 표현한다.' 로 말이죠.
뭉크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듣고 그렸다는 '절규'나 고흐가 바라본 휘몰아치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 같은 그림이 이때 입니다. 그 전까지 아카데믹한 미술계에서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이해됩니다. 사람은 흥미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자기 안에서, 밖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려 하죠. 이때 생각합니다.
왜 미술이란것이 형태를 가져야 하지? (응?)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그 의미야!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발전과 인간의 이기심등에 염증이 온 사회에 가득 차 있었던 이때 다다이즘(dadaism)이라는 반문명, 반예술 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기존의 미술 가치를 부정하고 본질로의 회귀를 주장하죠. 특히 형태로써 존재하는 미술을 부정하는데, 아마 이때부터였을 거에요... 미술이란 단어의 커버리지를 미술이 스스로 벗어난 것이. 달팽이 집보다 달팽이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죠. 더이상 미술이란 단어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늘날 까지 흘러 흘러 온 것이죠.
미술이란 단어가 어떻게 한국에서 쓰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동시에 조금 더 광의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대 미술(Contemporay art. 지금을 현대라고 부르지만 현재의 미술을 '현대미술:Modern Art'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현대미술은 일반적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를 일컫습니다.)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한데요, 다양한 기술과 퍼포먼스, 아이디어가 접목되어 관객들에게 흥미와 감동,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위의 글만 봐도 우리는 계속 '머머머 미술'이라고 지칭합니다.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새로 생긴 개념 + 아트'라고 명명하죠. 'Visual'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없죠.
왜 미술의 개념이 동시대 미술로 넘어오며 아리송하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