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 고성(여강 고성 麗江古城)은 중국 윈난성(운남성 雲南省 ) 리장 시의 구 시가지로 宋나라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니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성벽이 없는 고성으로 나시 문화(纳西文化, 납서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옥룡 납서족 자치현(玉龙纳西族自治县)이라는 지명이 말해 주듯이 만년설이 남아 잇는 옥룡설산 아래에는 나시족들이 살고 있다.
목부 고성(木府 古城)은 그 나시족의 수장이 이 지역을 통치하며 거하던 곳으로
리장 지역 관아이기도 하고, 관리들의 주거지이기도 하다고.
리장 고성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상당히 넓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아마 옥룡설산.
사자상이 지키고 있는 높은 건물을 들어서면
천정에 팔각형 만다라가 보인다.
티벳승들은 색색가지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며 수양을 한다.
만다라는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도 큰 관심을 가졌던 도상.
그는 만다라를 보거나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인간 심층 무의식의 그 어떤 중심에 닿는 행위로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여 마음에 건강함을 키울 수 있는 과정으로 보았다.
의식과 무의식이 지나치게 분리되면 정신에 이상이 오고 삶에 위기가 온다.
만다라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유용한 도구인 셈이다.
그래서 티벳승들은 정교한 만다라를 모래로 그린 후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버린다.
모양이 아름답고 정교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행위가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그 어떤 사물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것이 중요한데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매 순간, 깨어있으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모래에 만다라를 그리는 행위.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있듯, 모래에 그린다는 것은 그 지역이 모래가 풍부하기도 하거니와
집착으로 인해 자초하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승려는 삶의 목적이 해탈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는 않으니 이렇게 천정이나 벽에 그려두고
가끔씩 흩어진 마음을 바로잡도록 돕는 것.
이렇게 규모가 큰 궁에 또 이렇게 눈에 띄게 높은 건축물 입구 천정에 만다라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리장 지역 전체가 아마도 티벳 불교의 영향 아래에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상당히 높은 건축물.
가운데 정원은 기능적 측면에서는 입구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가로부터 조금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주려는 설계의 의도가 있겠지만 어딘가 하트 모양을 이루고 있다.
하트 모양은 세계 공통어휘인 모양.
하긴 우리 모두 저런 모양의 심장을 지니고 산다.
사자 석산 Lion Rock Mountain이라는 이름의 뒷 산에 오르면 목부 고성과 리장 구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이름을 보건대 이 지역은 돌이 풍부했나 보다. 그래서 바닥에 포장도로를 만들었을지도. 윈난 성엔 대리석으로 이름난, 그래서 지명이 따리(대리)인 시도 있다.
기와지붕이 멋스럽다.
경제 수준이 높았던 부유한 지역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차를 파는 곳이 있어
구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차를 마시다 내려왔다.
계단식으로 높낮이에 변화가 있는 회랑.
붉은색을 절제하고 녹색과 푸른색을 주로 사용한 단청은 처음 본다. 싱그런 분위기.
노란색과 붉은색은 황제의 색이어서 사용을 자제했던 것일까...
가끔 중앙에서 황제가 보낸 관리가 이 지역에 내려오면
목부의 관리들은 이 지역과 목부 고성의 풍요로움으로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까 신경을 썼다고 한다.
심미적 감각이 뛰어났지만 주의해서 위험을 자초하지 않는 지혜 같은 것이 은근히 감돈다.
동파문자와 그림. 이화원이 생각난다.
벽에 투각 창을 만들지 않고 벽을 더 많이 개방해 답답한 느낌이 아예 들지 않는다.
베이징의 웅장하고 폐쇄적인 자금성과 달리
목부 고성은 규모가 크지만 열린 느낌이다.
뾰족하고 하늘로 날아갈 듯한 처마 모서리.
엷고 경쾌한 노란색과 꺾새 모양으로 명랑한 분위기를 주는 단청.
이런 느낌을 주는 단청은 처음 본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랫동안 밝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던 것 같다.
목부고락청 (木府古樂廳)이라고 현판에 새겨져 있다.
리장 지역의 음악청. 문화부였나보다.
음악을 무척 즐기고 장려했던 모양이다, 음악청이라는 기관이 있을 정도이니.
목부 고성에서는 정기적인 전통 음악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고유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 보인다. 의상도 곱게. 저 둥근 현악기는 아마도 비파 계열일 듯.
장식은 덜 웅장하고 더 섬세하다.
돌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포장도로.
사람과 물자의 왕래도 많았나 보다. 목부 고성의 규모와 수준을 볼 때 그리고 사방가에서 차 무역이 성했다고 하니, 이 지역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풍족한 지역이었던 것 같다.
목부 고성엔 리장 고성에서처럼 곳곳에 수로가 있다.
물을 세 번에 걸쳐 재사용하는 곳도 있는데
설산에서 내린 옥같이 맑은 물은
식수, 세안이나 몸을 씻는 물, 빨래하는 물로 재서술된다.
훌륭한 시스템과 높은 시민 의식을 일찌감치 이루었던 사회같다.
목부고성을 둘러보고 나니
과시하기보다 물이 높은 지역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문화 수준과 예술 감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듯한 지역으로 느껴졌다.
리장 고성에는 규모가 더 큰 나시 전통 음악 실내 공연장이 있다.
문화혁명 때 소실될 위기에 처했다는 나시족 전통음악을 공연하는 곳이다. 중국판 Buena Vista Social Club. 세계 순회공연도 했다고 한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그 명맥을 이어 가고 계셨다.
공연장.
천정에는 팔각형 안에 태극기처럼 괘가 그려져 있다.
나시족이 운영하는 식당 음식도 한국 음식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여성들은 새소리에 가까운 음성으로도 노래를 했는데 정말 독특했다.
독주도 있고 합주도 있다.
이 지역은 공기가 좋고 물이 맑아
아직 이 분들 공연을 하고 계실 것만 같다.
리장 공식 사이트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