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좋았던 다섯 번째 일본 여행지, 후쿠오카
2006년 겨울 야마시로 여행 이후 오랜만에
2014년 2월,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줄어든 데다
늦게 시작한 공부, 논문이 가닥을 잡아가던 차 체력도 많이 떨어지던 때
부담 없고 가까운 곳을 생각했고 그리하여 다섯 번째 일본 여행은 후쿠오카로 정해졌다.
일본 여행은 일본의 전통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료칸을 중심에 두었기에 항상 온천지를 염두에 둔다.
간토(관동) 지방 도쿄 여행에서는 도쿄 근교 아타미의 한 료칸
간사이(관서) 지방 오사카 교토 여행에서는 근교 비와호의 한 료칸
호쿠리쿠(북륙) 지방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여행에서는 가가 온천지역의 야마나까와 야마시로
이렇게 네 지역의 료칸을 가보았고
이제 부산과 가까운 일본 남쪽, 규슈(구주) 지방 후쿠오카 여행에는 유후인을 가보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그 지역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개개인의 선택 하나 하나가 정책에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램도 담아서...
후쿠오카를 둘러보고,
후쿠오카의 유명 온천지 유후인을 하루 묵고 오는 3박 4일의 짧은 여행.
8년 만의 일본 여행이다...
여건이 되지 않아서였기도 하지만 이렇듯 여행주기를 길게 띄워주고,
갔을 때 온전히 그리고 풍부하게 느끼고 오는 것이
나 개인에게도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도 좋다.
오랜만에 일본을 느끼고,
맛있는 일본 음식을 먹고,
그리고 료칸에서 한가하게 묵고 온다
이렇게 세 가지를 딱 중심에 두고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잘 쉬다 오는 시간으로 여행의 성격을 정했다.
숙소는 하카타 역 근처 부담 없는 가격의 비즈니스 호텔.
첫날, 여유있게 오후 비행기로 도착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에 캐널시티라는 곳에 갔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하였다고 하는데 어려서는 넓은 바다를 커서는 한강을 일상적으로 접하던 내게 건물 내 작은 운하 시뮬라크라와 빼곡히 들어찬 상가의 건물은 다소 답답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다만 부분 부분 작은 스탠드가 불을 밝히던 큰 테이블이 있던 전망 좋은 카페는 아주 편안해서 오랜만의 해외여행이 선사하는 적지 않은 피로감을 풀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카페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간간이 들려오는 일본어의 조용조용한 소음에 맛있는 커피와 차, 일본의 문화가 느껴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약간 고여있는 듯한 그 어떤 분위기 등... 한참 앉아 있다가 나오면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곤 했다. 물건으로 가득 찬 가게에 비해 여백이 있는 공간에 더해진 정갈함과 작은 디테일의 정성도 기여를 했을 것 같다.
다음날 후쿠오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한 카페에 들어갔다. 홍차와 레몬 티를 마신 이 카페의 위치는 하카타 역에서 크게 멀지 않은 쇼핑가라는 정도 외에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그런데 위치가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은 것이, 일본의 카페는 자신의 취향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선택해 들어가면 대체로 만족감을 주기 때문.
모더니스트 시인,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인 이 상은 죽기 전에 레몬 향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가 찾은 것이 레모네이드인지, 레몬티인지 아니면 레몬 자체였는지 모르겠지만 레몬이 뿜어내는 그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은 이웃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피로도 풀어주고 기운마저 북돋아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둘째날은 하카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다자이후를 오후에 다녀온 후 후쿠오카의 번화가를 둘러보았다. 다이묘. 한국의 청담동 같은 곳이라고.
거리 안내판도 고급지게.
언뜻 보면 한국 강남의 한 상가라고 할 법한.
다이묘 패션 거리
한적해 걷기 좋았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많이 볼 수 있는 세련된 가게들.
차이라면, 이런 세련되고 예쁜 가게들 사이에 헌책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도로와 보도의 경계가 낮아 편안한 느낌을 더 많이 준다는 점.
물론,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 표기가 이국임을 환기시켜준다는 점.
가격표를 보니 어떤 책은 한 질에 13000엔...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과연 독서와 책의 나라 일본답다 싶다 물론 일본도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르 꼬르뷔지에가 지은 성당이 연상되는 종교적인 색채의 건물이 인상적이다.
( 검색해보니 침례교 교회라고 나온다. 예술 공연 장소로도 사용되는 듯. )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때그때 음식을 해서 큰 접시에 올려두면 바 형태의 테이블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어 더 풍미가 있어 보였던 가게. 일본 가게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런 긴 나무 테이블, 언제 봐도 참 좋다. 손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낡은 나무 테이블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세월의 깊이를 더해가는 듯. 일본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면 편안한 이유 중 하나.
해산물이 풍부하고 가격도 큰 부담이 없어 이것저것 시켜 원 없이 먹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환율 그리고 도쿄라는 세계적인 대도시가 주는 음식값 압박이 상당했기에 마음이 넉넉해졌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 들어갔다.
늘어뜨린 세로 족자 형태의 상호 안내판.
세로 쓰기의 문화가 저변에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저 유리잔, 또 얼마나 깨끗하게 닦았을까 이 나라 사람들...
늦은 저녁 혹은 저녁을 먹기 위해 이틀간 연거푸 갔던 '동네' 식당 - 숙소 주변 한 식당.
퇴근 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고기 요리를 시키니 샐러드와 같이 나왔다.
꼬치를 시키니 또 샐러드 위에 올려준다.
야채샐러드 위의 꼬치... 괜찮았다.
4인 이상 테이블 외에도
1~2인을 위한 바 형태의 테이블을 둔 곳이 많다.
한국과 일본은 그 전에는 20년, 이제는 10년 이하 간격을 두고 평행 진행하고 있는 것 같으니 1인 가구가 대세가 되었다는 최근의 한국에도 이런 경향은 곧 생겨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