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택시에서 느끼는 사회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
이틀간 머문 하카타 역 부근 비즈니스 호텔은 여행이나 비즈니스 목적을 위한 부담없는 가격, 역에서 가깝다는 강점이 있었다. 밖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고 거의 잠만 해결한다면 작고 가격 부담없는 숙소는 경비와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 좋다. 사흘째는 저녁과 조식이 모두 제공되고 편안히 머물 수 있는 료칸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틀을 머물렀는데 시트를 매일 갈지 않는 옵션을 선택. 경비도 줄이고 자연도 보호하고.
하카타 역
휠체어에 탄 분을 부축하고 한 여성이 택시에 다가갔다.
그러자 양복 정장의 택시 기사분이 트렁크를 열고 얼른 차에서 내려서는 몸이 불편한 승객이 택시 타는 것을 침착하고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접을 수 있는 휠체어를 넣기 위해 활짝 열린 트렁크를 보고서 깨끗한 일본 택시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 열을 지어 가지런히 주렁주렁 포도열매처럼 열린 수건...
유후인으로 향해 가는 열차 안.
아빠 품에 안겨 곤히 잠든 아기.
아이들은 다 귀여운데 외국어를 하면...
어린 아기가 외국어를 하면 새삼 신기하고 귀엽다.
외국인들도 한국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겠지.
유후인 역에 내리면 여행자들을 위한 물건 보관소가 있다. 당일로 다녀가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
대도시에 비해 물가가 높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긴린코 호수가 유명하다기에 근처로 와서 들어가 본 카페.
다양한 원두 커피를 갖추고 있어서 인도네시아 만델링(수마트라)과 콰테말라를 주문했다. 손님이 우리 둘 밖에 없어서 주인과 직원이 나누는 대화가 다 들렸는데 일본어를 거의 못하는 내게는 내가 주문했던 '수마트라' 라는 단어만 들렸다. 사람들이 잘 안마시는 걸 주문했나보다 싶었다.
내게 콰테말라는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 나와 유명해진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같이 느껴지고, 수마트라는 묵직한 바디감에 흙냄새가 나서 봄여름가을겨울의 'Daddy Wes' 라는 곡같이 느껴진다. 카페에서 잘 판매하지 않는 수마트라 원두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계속 얘기해주어서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음...주인장 커피 좀 마시는구나.
일본의 토토로 사랑, 여기도 어김없이...
커피를 마시던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사진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다보니 유리창 오른쪽에 일본 한자로 '배전실'이라 적힌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카페는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넓은 마당이 있었다. 주인의 까페 인테리어 감각과 취향은 한국으로치면 80년대 분위기였는데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카페를 해왔던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뭘 금방 바꾸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대도시나 이름난 휴양지에서도 old fashioned 감각을 드물지 않게 본다. 여기저기 골동품과 키치의 중간쯤 되는 장식품이 배치되어 있어 주인이 한국계 일본인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계가 일본인다운 정갈함과 미니멀함에서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를 나와 호수 둘레를 산책했다. 긴린코 호수는 시간에 따라 금빛이나 은빛으로 보이기도 하겠다 싶었고 큰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수와 연결되던 물길 위에 세운 건축물. 기둥과 지붕만 있는 이 건축물은 용도가 궁금했는데... 혹시 옛날 빨랫터였을까?
료칸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야했다. 그런데 한적한 곳이라 택시가 다니지를 않았다. 유후인 역에서야 택시가 많아서 '긴린코로 가주세요' 이 정도 일본어만으로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지만... 일본어가 서바이벌 수준이라 콜택시를 부르는 것이 곤란한 상황. 그때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보였다. 목욕탕 가시는 것 같았는데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야 한다고 대략 일어로 얘기하니 그 분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러주셨다. 일본에서는 일본어가 서툴러도 이렇듯 기민하고 친절하게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부작용이랄까... 일본어가 늘지를 않는다. 마치 영어권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어를 굳이 배우려 하지 않는 것과 조금 닮은 형국이라고 할까.
이런 친절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크다. 지난 봄 해운대에 갈 일이 있었다. 한 작가의 초대로 전시를 관람하고 해운대 백사장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한 중국인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가 귀여워 '니 하오' 하고 가볍게 인사를 했더니 '니 하오'하고 웃으며 답을 주었다. 아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던 아이의 엄마가 조금 서툰 영어로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흔쾌히 찍어주고 핸드폰을 돌려주니 갑자기 지갑에서 만원권 지폐를 꺼내서 뭐라고 말을 한다. 요는 아이에게 근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사주려고 하는데 한국 천원권 지폐나 동전이 없어 지폐나 동전 교환을 어디서 하면 되냐고 묻는 거였다.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는게 제일 빠를 것 같았는데 백사장이라 거리가 좀 있었다 자판기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나이 드신 어르신도 있어서 그들을 가까운 자판기로 데리고 가서 내가 가지고 있던 소액 지폐를 넣어주었다. 아이들은 버튼 누르는 걸 아주 즐거워한다는 걸 알기에 아이에게 선택권도 주었다. 아이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폐 끼치려 하지 않았지만 편의점이 좀 먼 거리에 있다고 하니 곧 즐겁게 호의를 받아들였다. 훈훈했다.
일본 택시,
다섯번째 일본 방문이고 보니 이제는 낯설지 않다. 반갑기까지.
이 하얀 레이스 커버하며, 운전석의 위치며, 타고 내릴 때 차 문 손잡이에 손대지 않는 것도 이젠 몸에 붙었다.
처음엔 문을 한국에서 하듯이 꽝 닫아 기사분이며 나도 같이 깜딱 놀라기를 여러차례!
하카타 역의 그 택시 기사분이 생각이 나 역시 일본은 한편으로는 배울 점이 많은 수준높은 시민 의식의 나라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본의 시민들을 위해서도 일본 열도이든 한반도이든 세계 어디든 전쟁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맡기지 말고 평화를 위한 크고작은 노력을 이어가야지. 영향력이 크면서도 아주 쉬운 것은 투표. 그리고 이런 민간 교류. 세상은 당신과 내가, 우리가 -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 먼저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