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일기 Day 15 햇반

즉석밥 포장 : 냉동밥 vs 즉석밥, 햇반 vs 오뚜기밥

by 해달 haedal


1. 즉석밥과 한국 생활


밥은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압력 밥솥으로는 쌀 씻는 등의 준비 시간 제외하고 밥시간만 25분 정도, 쾌속으로 약간 설익게 하면 15분?, 다 되고 나서도 뜸을 약간 들여야 맛있으니, 20~30분 걸린다. 일반 전기밥솥으로는 40분 이상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빨리빨리 한국인에게, 특히 라면과 같은 5~10분이면 되는 즉석식품이 발달한 한국에서, 허기진데 밥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즉석밥을 준비해두곤 했다. 6개입 팩은 가격도 할인되어 큰 부담이 없어 사 두면, 간편하다 보니 난감한 상황이 아니어도 즉석밥을 먹게 되곤 했다. 그래서 햇반을 준비해두지 않기로 했고, 밥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해동해 먹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환경호르몬 검출되지 않는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그릇, 냉동밥 용으로 햇반이나 오뚜기밥과 비슷한 모양의 플라스틱 용기가 나와서, 사기그릇과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전자레인지에 가열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아직 완전히 풀지 못한 이슈.



2. 즉석밥과 해외 생활


작년에는 일본에 가서 몇 주 머물곤 했다. 남편이 교토에서 연구년을 보내느라 1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마츠모토라는 식료품 전문 대형 마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장을 보곤 했다. 1인 가구가 많고 고령사회여서 그런지 어디든 있는 편의점 물건 가격이 마트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 달라, 숙소에 인접한 편의점도 자주 이용했다.


가장 많이 구매한 것은 생수, 커피, 그리고 김치와 즉석밥 등이었다. 유산균을 넣어 뭐라 형언하기 힘든, 하지만 상당히 맛있었던 재일 한국인들이 교토 근교에서 생산한 김치와, 풀옵션 숙소에 비치되어 있던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는 즉석밥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무 말랭이 등의 소소한 반찬과 계란 프라이면 훌륭한 한국식 브런치, 아점이 되었다. 저녁은 제대로 된 식당에서 사 먹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했고, 한국에서처럼 치열하게 사는 것이 아니어서 하루 두 끼도 적당했다.


일본도 가나자와 등 쌀로 유명한, 그래서 사케 지방주도 유명한, 지방이 있지만 즉석밥은 한국의 즉석밥보다 맛이 덜했다. 10개월 정도 있다가 오는 것이긴 하지만, 계속 즉석밥을 사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맛도 그리 좋지 않아서, 결국 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일반 전기밥솥을 사서 이후엔 밥을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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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처럼,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것으로 햇반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cj 햇반이 후쿠시마 근처 미강유를 햇반에 사용하며 소비자들의 우려에도 계속 버티다가, 오뚜기밥이 선전하자 이후 국내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역시 독점은 안 좋은 것이구나 싶다. 견제할 수가 없으니. 이 사례에서 보듯 적당한 경쟁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오뚜기같이 이미지가 좋은 건강한 기업이 경쟁자로 있으면 시장 전체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어느 영역이나 경쟁이 과해서 시민들이 피곤하고 힘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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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즉석밥은 대체로 사각형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왼쪽처럼 대용량과 오른쪽의 소용량 두 가지로 나왔는데, 세계적으로 볼 때 많이 먹는 편인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일본 즉석밥이 양이 조금 더 적은 것도 같았다. 양이 아주 많은 편이 아닌 내가 먹기에도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일본의 분리 배출이 우리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어서, 일본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포함) 외국인들은 당황한다고 한다. 남편 숙소는 관리비에 분리 배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매립용과 분리만 해서 내놓으면 알아서 해주었다. 그들 말로는, 외국인들의 경우 한다고 해도 다시 해야 해서 차라리 한 번에 내놓는 게 일을 줄이는 것이라고. 일본의 우익은 자국 시민들에게조차 가해자이고, 한국에 잔인했던 전반적인 전체주의나 군국주의 문화 또한 싫지만, 깨어있는 일본 시민들의 자연을 존중하는 문화는 서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연구년이 끝나 올 1월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 앞에 연구년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간 부부에게서 이런저런 살림을 물려받은 것처럼, 중간에 장만한 전기밥솥을 포함해 멀쩡히 쓸 수 있는 살림을 재사용 가능하게 나눠주거나 처분하고 왔다. 이제는 짐을 늘리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버리는 것도 큰 일이기 때문이다.


3. 즉석밥과 해외여행

올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유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 참,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빌 게이츠는 새로운 감염병의 전 지구적 유행을 예측하고 경고도 했다고 한다. 작년, 2019년에는 해외와 인연이 많았다. 남편의 연구년으로 교토에 머물곤 했고, 나는 학회 참석차 유럽에 다녀왔다. 1년만 연기되었어도 둘 다 불가능.


혼자서 가는 첫 해외여행이자, 혼자서 가는 첫 유럽이었다. 제일 걱정되는 건 밥이었다. 소음인이라 소화 기능이 밥과 익은 채소와 발효식품을 선호했기에, 밀가루와 생채 샐러드와 육식 중심의 서구권 음식이, 가끔은 몰라도 여러 날은 자신 없었다.


그래서 즉석밥과 간단한 맵거나 얼큰한 즉석식을 여러 개 준비해 갔는데, 전자레인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어 다 먹지는 못했다. 스웨덴은 특이하게도 기차에 전자레인지가 있어 사용한 적이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유럽 여행을 정리하는 글에서...


K-팝, K-드라마, K-방역 등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이 세계적 위기 속에서 부상하고 있고, 독일의 배추절임과 함께 한국의 김치가 코로나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발표가 되면서 김치와 건강식으로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는 K-푸드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해외에 가면 한국식당이 더 많이 생겨나고, 가격대도 다양하여 선택지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도 간간이 있기는 하지만 K-마트도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법 무게도 나가는 플라스틱 용기에 든 즉석밥과 이런저런 즉석식품을 챙겨가지 않아도 되니, 전자레인지를 찾아 구글 검색하고 발품 팔고, 또 호텔방 환기하느라 신경 쓰는 일도 줄고, 짐도 줄고 얼마나 좋을까 싶다. 무엇보다 해외여행을 자제해야겠지만.


본의 아니게 작년에는 해외에 가서도, 일시적 거주이든 여행이든, 플라스틱을 많이 소비하고야 말았다. 참회합니다. ㅠㅠ


s_20201214_113106.jpg 일부를 한국에 가져왔는데, 이보다 몇 배나 되는 양의 1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든 즉석밥을 소비했다. 처음부터 전기밥솥을 구입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처음엔 여건이 그러해서, 또 잘 몰라서 그랬지만 이후 해외에 가게 된다면 이제는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조금 긴 일정일 때는 목적지가 정해지면 숙소를 검색하며 근처 한국 식당 검색을 같이 검색하는 것으로, 즉석밥은 되도록이면 안 가져가는 것으로. 그런데 그날이 언제가 될까. 그날이 오기는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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