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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28. 2021

Day11  모카 롤케익을 닮은 두루마리 휴지

휴지 주간 _ 두루마리 휴지의 재서술



지구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쓰는 휴지에도 인식과 사용에 변화가 생겨났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휴지의 대명사가 된 두루마리 휴지. 하지만 불교적 세계관에 의하면, 존재는 다만 존재일 뿐, 인식이 그 사물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관념에 의한 착오.


우리 집에는 두 종류의 두루마리 휴지가 이런저런 실행의 종착지가 되었다. 하나는 유한 킴벌리 등... 펄프로 고운 고급 휴지를 만들어내는 국내 중견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 나머지 하나는 그루라는 상품명의 갈색의 거의 무가공 펄프 휴지이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선택의 기준은


1. 우리의 소중한 oo를 잘 보살펴주고

2. 임무를 완수하고는 물과 함께 잘 사라져 가는


부드럽고 잘 풀어지는 녀석이다. 약간의 은은한 향기가 나도 좋지만 요즘은 인위적인 향을 가하기보다 황토와 같은 천연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두루마리 휴지에게 요구되는 2의 잘 풀어지는 미덕은 1의 본연의 기능만큼이나 중요하다.


우유갑 재활용 휴지

우유갑을 재활용한 휴지를 아름다운 가게와도 연관 있는 '뷰티풀 마켓'이라는 온/오프라인 친환경 가게에서 구입해 사용한 적이 있는데 우유갑을 떠올리면 알 수 있듯이 풀어지는 성질이 좀 약했다. 지금은 진화했을 수도 있는데 현재는 주로 구입하는 것이 결정되어 자주 구입하고 있지는 않다.


우유갑 재활용 휴지는 하얗고 사용감이 좋고 재활용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휴지이다. 뜯어낼 때 어딘가 촉촉한 느낌이 있어 먼지 발생도 적다. 하얀색이 우유를 생각나게도 한다.


우유갑은 최근에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생수병 분리수거처럼 일반 종이와 분리해 수거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러지 못해서 이 업체에서는 캐나다나 유럽 등에서 잘 분리수거된 우유갑을 수입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우유갑이 모두 재활용되지는 못하고 상당량 버려지고 있는데 수입을 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한살림 매장은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다. 우유팩을 모아서 가까운 한살림 매장에 갖다 주면 휴지 1 롤과 교환해주곤 한다. 우유를 많이 마시지 않아 우유갑이 많이 안 나오지만 생길 때마다 펴서 씻어 말려서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일정 양 쌓이거나 한살림 매장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챙겨서 갖다 준다. 아파트 분리수거 일에 종이와 함께 내놓으면 제대로 재활용이 안될 것 같아서 일단은 그렇게 하고 있다.


뽑아 쓰는 키친타월

약간 도톰한 뽑아 쓰는 키친타월은 무척 편리하다. 두 손을 사용해서 한 면이나 두 세 면을 뜯어내어 사용하게 되는 두루마리 키친타월에 비해 훨씬 간편하지만, 갑 티슈를 안 쓰는 이유 - 먼지와 다 쓴 후 곽을 처리하는 약간의 성가심과 비닐이 나오는 데서 오는 매번 생각하게 되는 - 굳이 비닐 한쪽 써가면서 먼지도 나는 이걸 써야 하나 - 순간과 마주쳐야 해서 한 두 번 정도 구입하고는 잘 만들었네 감탄하고는 잘 사용하고 이후 인연을 끊었다.



그루 천연 펄프 휴지와 키친타월

표백도 하지 않고 첨가물이 거의 안 들어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두루마리 휴지가 있다. 일반 마트나 다이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녀석을 식탁에서도 쓰고, 방에서도, 마루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키친타월도 비슷한 제품으로 나온다.



두루마리 휴지 = 화장실 휴지?

라는 형태와 용도의 등식이 언젠가부터, 수세식 화장실의 보편화와 함께 전 세계 현대인의 생활에 자리를 잡았다.


어떤 특수 상황에 외부 물자의 반입이 제한되어 이미 있는 종이를 사용해 뒤를 처리하게 된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느 저널이 이러한 일에 더 뛰어난지(?) 평가를 나누었다고 한다(ㅎ). 이처럼 식물의 잎이나 신문지 등이 이러한 중요한 일에 기여를 한 때가 있었고 아직 지구 상에는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식물의 잎이나 신문지는, 형태로 본다면 우리가 입을 닦는 냅킨의 형태에 더 가깝다. 하니, 두루마리 형태가 갖는 연상은 의외로 우리가 마음만 먹다는면 그 완강한 연결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 는 말,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해오고 있다. 간밤에 너무나 달디달게 마셨던 물이 아침에 보니 해골바가지에 담겨 있던 고인 빗물이어서 화들짝 놀랐다가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는 한 위대한 스님의 일화는 내게 와서는 두루마리 휴지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다만 나는 그 분과 같은 높은 수준은 감히 따라가지 못해서 서로 다른, 하지만 적합한 기능이 수반되는 형태와 재질, 색이 다르다는 차이의 도움을 받아 남은 편견의 벽을 좀 더 수월하게 넘었다.


식탁 위에 두고 사용하는 휴지의 선택 기준은


1. 어느 정도 인장 강도를 지니는, 그래서 물을 약간 묻혀 입가 혹은 식탁을 일부 닦아도 풀어지지 않을 정도의 질긴

2. 입가를 닦거나 식탁에 사용하는 것이어서 먼지나 불순물이 없는


두 가지의 성격이었다. 성격이 다르니, 형태가 비슷해도 다른 존재로 느껴진다.


제법 쓰다 보니 이제 나는,

가끔 두루마리 휴지가

'모카 롤케잌'으로 보이기도 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성공한 두루마리 휴지의 재서술!


커피맛 모카 롤케잌을 닮은 두루마리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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