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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Jan 03. 2021

2021신년시



매년 새해를 맞이할 즈음 신년시를 보내오시는 손현철 시인이 올해에도 신년시를 보내주셨습니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지난 팬데믹 사태를 더 아프게 경험하신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하례식 마냥 공유합니다. 어려운시기이지만 모두 뜻깊은 새해 맞이하시길요.



 

 2021년을 점치며


                              손현철 ( 시인, 현 KBS PD )



송년회도 없이 한 해가 사라진다, 별들 사이로.  

누가 열 두 달이 봉쇄될 줄 알았는가,

밤 9시의 통금, 영업 종료를

그래도 살만했던 지난해는 올해로

전염되지 않았다.  

몇 백 년 만에 얼어붙은

보신각 종소리,

조문은 끊기고 결혼은 미뤘다.

가게는 파산하고 황급한 화장(火葬) 불길이

성탄절 점등을 대신한다.

일자리 잃고 집을 나온 수인(囚人)들은

따듯한 곳을 찾아 유령처럼 떠돈다.


점괘는 말한다.

새해는 오지만 희망은 몇 달 늦게 오겠군.

달력은 어디서 시작할지 몰라 헤맨다.

온정은 바닥까지 졸아

새해로 옮아가지 않는다.  

바이러스와 불안은 권력을 나눠가졌다.


타로(tarot)는 말한다.

별들의 재채기, 유성이 난무하니

은하는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별자리는 몇 억 광년 떨어진

별들의 신호탄,  

미래는 복면(覆面)한 정체불명.  


새날의 태양을 맞을 군중은 없다.   

나무는 다섯 그루 이상 집합 금지로

앙상한 거리를 두고

감염을 버텨낸다.


겨울이 모질게 격리한 꽃눈이

열 네 밤의 열 배

일 백 마흔 날의 형기를 마치고   

찬란한 꽃망울을 터뜨릴 때까지.


불쌍한 새해는 손발이 다

부르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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