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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Nov 13. 2015

작은 하드 커버 책

종이책의 매력


작은 하드커버 책을 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읽기에도 부담 없고, 값도 큰 부담 없다.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외출하기 좋다.


오래전 하루키의 소설 한 권을 들고 다니며

출퇴근 시간에만 읽는 식으로 아껴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드 커버는 이렇게 들고 다닐 때

표지의 일부가 마모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부터 

그래서 속지까지 훼손되는 것으로부터 

책을 충직하게 보호해준다.


과도한 하드 커버 사용은 분명 낭비지만 

빛나는 미덕이 있는 것이다.



약속 시간,

일찍 도착했을 때 책을 꺼내 읽으면 시간이 금방 가고

늦어질 때 차 안에서 읽으며 바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도 좋고

늦어지는 상대방을 기다릴 때도 좋아서

책 읽는 즐거움에 더하여  

미안해하는 상대방에게 나를 관대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하드커버 책은 대체로 실 제본이어서 잘 펼쳐진다.

책등은 둥글어서 손으로 감싸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대체로 표지도 훌륭하다.


종이책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포기하기 어렵다.

표지를 감상하는 것은 미술 감상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


겉표지, 

속지, 

내지

크기, 두께, 색, 질감이 다르고

구성 또한 다르다.


북 디자이너는

판형, 크기 등을 모두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는데

표지 서체, 내지 서체

제목, 소제목, 페이지 기호, 줄 간격,  여백... 등 

여러 요소의 형태나 배치가 신중하게 고려된다.


가독성이 높으면서

아름답거나

개성 있거나

재미있는 북 디자인을 만나면 

앞 뒤 표지 날개를 살펴보고 디자이너가 누군지 꼭 확인한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저자뿐만 아니라

번역자, 

북디자이너, 

(특히 저자 발굴을 한, 혹은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책을 만들어온) 

기획자나 발행인의 이름도 찾아본다.


빈 손으로 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자유도 좋지만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사서 집에 두고선

내킬 때 아무 때나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는 자유도 좋다.


내 서고는 규모에 관계없이

나 자신에 의해 큐레이팅 된 나의 고유한 컬렉션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살아온 흔적이자

관심,

취향,

열정,

지향을 기억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스와 달리

쓰윽 빼서

척 아무 데나 펼치는 것도 좋고

종이 냄새도 매력 있다.


오래전에 구입한 책은

묵은 시간 냄새가 난다.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종이도 조금씩 얇아져가고 먼지도 앉고 푸석푸석해지는 게

생명체 같다.


많은 사람들이 공들였으니

나무, 펄프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하네.


스토리지가 허용하는 한

절대 닳아 없어지지 않는 디지털 데이터는 그 많은 강점과 더불어 간혹 무섭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므로 우리와 다른 존재에 대해 느끼는 낯선 감정일 것이다.



스마트 기기의 무게가 날로 가벼워지고는 있지만

모바일 디바이스 아주 이전이나 조금 이전엔 

책 한 권 정도 넣어 다니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시계는 손목에 차고 있으면 되니까.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이전 풍경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책이 스마트 장치 안으로도 들어갔으니...


그러나 종이책이 주는 즐거움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특히, 

작은 하드 커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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