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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haedal Nov 14. 2015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

사 두고 읽지 않은 책을 읽다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있다.


제목이나 표지, 책 소개와 장정에 끌려 선택했다가

이런 저런 일로, 혹은  별다른 일도 안 하면서도 공연히 마음만 분주해책꽂이에 모셔둔 책.


아무런 급한 일이라곤 없어서,

그런 사두고 읽지 않은 책, 소설책 중에서

한 권을 꺼내어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는 공부를 못해>>

야마다 에이미 やまだ えいみ Amy Yamada 山田 詠美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 정신


한두 페이지 읽다가 

그때는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다음에... 

라고 덮은 책.


이 소설책이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하드 커버 책이다.




이 소설은 가족애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고

학교에선 친구들과 잘 지내는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

어느 날 어른이 되는 길목 앞에서 자기 앞의 생이 주는 무게. 그 무게를 느끼면서

대학 진학과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아가면서, 뭐 괜찮아, 

라고 의식적으로 쿨하게 묻어버린 삶의 한 측면이

어느 순간 높은 밀도로 나를 압도해와 감당하기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무의식의 작용이다.

의식은 무의식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

멋진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한 감각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다.

이 소설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순응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주인공은

자유롭고 성숙한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밝은 가족애를 느끼며 성장해왔다.


가족이야말로, 

가족의 형태 - 이 소설의 경우 아버지의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한 사람의 성격과 삶의 태도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운이 나빠 안 좋은 교사를 만나도 뭐 괜찮은 것이다.

가정에 돌아가면 크고 작은 타격은 회복된다.


마치 심신의 피로가 

달디 단 숙면 후에 날아가듯이.


어릴 때부터 서서히 형성되는 공동체와의 관계도 잘 그려져 있어서

일본 여행만으로는 알 기 힘든,

일본 사람들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았다.


일본어 텍스트 해독이 불가하니

모국어로 편안하게 이 소설을 읽게 해주신 번역자 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작가의 말 :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의 담임선생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물리 시험에서 두 번이나 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물리 선생이었다.

"댁의 따님은 수업 태도도 나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도 듣지 않고, 수업 중에 소설책이나 보고  있고,... 따님처럼 자기 세계에 빠져들어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는 학생은 나중에 작가라도 되는 게 좋을 성싶습니다."

뭘 하고 있을까. 그 선생님은. 내가 정말로 작가가 되어버렸다는 걸 알까. 물리 시험 0점이 지금의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만나보고 싶다. 지금이라면,


나는 공부를 못해요.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텐데.

...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즐거웠다. 연재 중에는 신초사 편집부의 가제모토 타다시 씨에게. 단행본으로 출판할 때는 출판부의 고바야시 카즈코 씨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처럼 공부 못하는 사람은 그들처럼 공부 잘하는 사람을 고생시키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으니까 말이다.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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