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 없는 생각

넌 어떻게 생각해?

by 해담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중 얼마나 많은 것이 진짜 나의 생각일까. 단지 어디서 본 것을 무심코 흉내 내거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단순히 복사-붙여 넣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시작됐다.



생각의 시작 : 지식이라는 자양분

생각은 마치 생명체가 음식을 먹고 성장하는 과정과도 같다. 사람의 몸은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 과정을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고, 불필요한 찌꺼기는 배출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으면 몸에 영양분으로 흡수되지 못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정보는 우리의 사고를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다만, 정보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단순히 저장된 데이터일 뿐이다.


직관적인 설명이 될 수 없지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여행을 가기 전에 우리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정보를 검색한다. 블로그 후기, 유튜브 영상, 소셜미디어의 사진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나면 그 모든 정보가 내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고 따라갔을 뿐, 우리의 관점으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이 진짜 힘을 발휘하려면, 자신만의 해석과 이해를 통해 소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가공된 지식만이 우리의 삶 속에서 행동으로, 통찰로,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을 ‘소화’ 해야 하는 이유다.



생각 없는 생각 : 단순 지식의 함정

요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스치듯 확인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흡수한다. 하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것이 나의 생각으로 남아 있을까?


단순히 “어디서 봤어, 들었어”라는 말로 끝나는 건 단지 외부의 생각을 반복하고 전달하는 행위일 뿐이다. 진정한 생각은, 그 정보와 지식을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지식을 모으는 사람이 아닌, 지식을 재해석하여, 내면화된 진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생각 없는 생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삶 속에서의 '인사이트' : 통찰의 중요성

마케팅이나 데이터 분석 일을 하면서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인사이트’, 즉 통찰력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도출이 필요한 분야에서 인사이트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것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


인사이트란 산재된 정보들 사이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며, 파악된 본질을 연결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말 그대로 생각의 깊이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한 번은 2030 여성 대상의 마케팅 캠페인을 준비하며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 제품이 왜 이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질까? 단순히 가격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만의 문화적 맥락이 있을까?’

이 질문을 통해,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결과,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자 자신을 브랜딩 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할 수 있었다. 질문에서 시작된 탐구는 결국,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닌 소비자의 삶 속에서 진짜로 필요한 가치를 제안하는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진정한 인사이트란 데이터를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고하는 삶

결국, 생각이란 단순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만이 아니다. 주체적인 소화 과정을 거쳐,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된 결과물이다.


우리는 사고해야 한다. 생각 없는 생각을 경계하고, 정보를 체화하며,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하며 더 깊고 넓은 생각을 만들어 가는 삶. 그것이 곧, 나만의 길을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생각하고 있는가?’



오늘 하루 내가 떠올린 생각 중
진짜 나의 목소리는 몇 개일까

배경음식. 진한 부드러움이 가득한 말차 라테



부록. 생각을 체화하기 위한 3가지 방법

1. 질문하기
얻은 정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라.
"이 정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2. 의심하기
모든 정보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은 새로운 해석과 사고를 만들어낸다.

3. 구성하기
얻은 정보를 자신의 언어와 관점으로 다시 쓰고 말하라. 단순한 복사가 아닌, 재해석을 통해 생각을 체화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모가 꿈꾸던 세상은 동그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