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루는 조각들
우리는 매일 숫자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 7시 울리는 알람, 이제는 뒷자리만 기억나는 누군가의 전화번호, 25일 계좌에 찍히는 월급, 연인과의 기념일, 매일 업다운을 반복하는 몸무게.
추상적이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이 숫자들 속에는 우리의 하루가,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시의 한 구절처럼, 숫자도 그 안에 의미가 담길 때 비로소 살아 숨 쉬기 시작한다.
수학에 완전수라는 개념이 있다.
1+2+3=6, 28, 496처럼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약수를 더했을 때, 그 합이 자기 자신과 같은 숫자.
한동안 하루라는 날짜에 무뎌져가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도 완전수가 아닐까?'
때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모여 결국 지금의 '나'를 완성하고 있다는 생각.
가족, 친구, 연인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갑상선암 확정을 받고 수술 후 회복까지의 시간들, 퇴사와 이직을 결단하며 느낀 두려움과 희망의 순간들까지. 이 모든 조각들은 나를 이루는 약수처럼, 내 삶을 완전함의 형태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숫자 365는 단순히 1년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이며, 그 안에서 계졀은 변화하고 생명은 탄생과 소멸을 반복한다. 누군가에겐 너무도 간절한 하루하루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긴 기다림의 시간이거나, 그저 무의미한 날들의 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숫자는 우리의 해석에 따라 그 모양과 의미를 바꾼다. 모호함에서 명확함으로, 무미건조함에서 생동감으로. 그 안에 담긴 각자의 시선과 맥락이, 어쩌면 숫자를 우리 삶의 축소판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때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후회로 점철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더 깊고 어두운 심연을 찾았고,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탓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이 잘못된 거라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실패했다고 여겼던 선택과, 후회로 가득했던 시간들조차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약수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완전수라는 개념은 끝없이 추락하던 나를 붙잡아 끌어올렸다. 나를 이루는 모든 조각들, 그것이 설령 결핍이나 고통이라 할지라도, 결국 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 조각들이 하나씩 결합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나라는 숫자가 완전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언젠가부터 날짜에 무뎌지고, 당연한 듯 하루를 흘려보내던 내게 과거의 경험은 나를 잠시 멈춰 세웠고, 다시 한번 나를 마주하게 했다. 그 기억 역시 나의 약수가 되어 지금의 나를 채우고 있었다.
내가 걸어온 길 위엔 어떤 약수들이 쌓여왔고,
또 앞으로 어떤 조각들을 모아야 내 삶이 조금 더 온전해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물론 우리의 삶은 완전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약수가 나를 완벽하게 이루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조차도 삶의 일부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려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완전함이 아닐까.
기쁨과 슬픔, 성취와 실패, 상처와 회복. 각각의 순간은 때로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만큼 미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조각들을 소중히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완전수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야기로 완결될 지 알 수 없지만, 내 시간과 순간들을 좀 더 애틋하게 붙잡고 살아가야겠다.
오늘 나의 하루를 이루는 약수는 무엇이 될까?
그리고 그것이 모여 만들어갈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각 약수를 모아, 이번 2025년도를 채워가야겠다.
올 한 해, 당신의 약수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요?
배경음식. 따뜻한 크림 수프와 바삭한 바게트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 즉 공전 주기는 약 365.25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1년을 365일로 정했고, 매년 약 0.25일씩 시간이 누적되면서 실제 태양과 지구의 위치가 달력 날짜와 점점 어긋나게 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윤년이다.
윤년은 4년에 한 번, 2월에 하루(2월 29일)를 추가하여 태양력(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조정한다. 이렇게 하면 달력 날짜가 태양과 지구의 실제 위치와 일치하게 유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