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배운 사람의 다정함
기쁨과 슬픔, 어둠과 빛,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사계절까지, 세상은 양면성과 다양성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복잡하고 모호한 경계를 가진 존재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혼자 있을 때의 나와 가족, 친구, 연인 앞에서의 나는 같을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다면성은 인간의 본능적 생존 방식이자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모습이 지나치게 다르거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면, 관계는 혼란 속으로 빠지기 쉽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흔히들 연인의 핸드폰을 여는 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 안에는 감추고 싶은 말들, 비밀스러운 대화, 혹은 몰랐던 모습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 중 한명은 연인의 핸드폰을 자주 확인한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을 때, 친구는 다름없이 연인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상대방은 당황했지만 결국 메신저 목록을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저급한 욕설, 조롱 섞인 농담, 때로는 연인을 비하하는 듯한 말까지.
“이게 정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일까?”
그녀는 혼란스러워했다. (지금은 그 사람과 헤어진 상태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 사이의 나, 그리고 연인 앞에서의 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습들 사이에 일정한 진정성이 없다면? 관계는 균열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의 관계에서, 신뢰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신뢰의 본질은 다양함 속에서도 발견되는 일관된 중심이다. 그 중심은 단순한 외면이 아니라, 진정성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물론, 사람들은 모두 은밀한 내면이 존재한다. 서로의 사생활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건 필요하다. 관계 유지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춰진 본질이 불순하거나, 변질된다면 그 관계는 쉽게 흔들리게 된다.
만약 내가 믿었던 90%의 신뢰가 사실은 얇은 표면 위에서 만들어진, 깊이 없는 껍데기였다면 나는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겉모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관계를 지탱하는 내면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신뢰는 상대의 여러 페르소나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중심을 발견할 때 비로소 깊어질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잘 배운 사람의 다정함.”
여기서 ‘배움’이란 단순히 지식적 성취를 의미하지 않는다. 삶의 경험과 관계를 통해 얻은 성숙함을 뜻한다. 다정함이란 단순히 친절한 행동이나 예의 바름을 넘어,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다.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과 관계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여러 모습 사이에서 발견되는 그 중심이 ‘잘 배운 다정함’이길 바란다. 공통된 진정성과 다정함이 느껴지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 관계는 큰 파동 없이 안정된 소리를 낸다. 경험상 그런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했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어떻게 세상이 좋은 사람들로만 채워질 수 있겠어?”
“늘 일관된 행동을 원하는 건 욕심이지. 넌, 항상 완벽한 사람이야?”
만약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왜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강요하지?'
'최소한의 노력이란 걸 모르는 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굳이 설득하거나 내 입장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그저 나의 선택을 지켜갈 뿐이다.
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 건강한 중심, 진정성, 그리고 다정함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관계의 기준이자, 원하는 삶의 모습이다. 그런 삶을 위해 노력하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고 한정적이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가면 속에 무엇을 담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나는 다양한 자아를 인정하되, 그 속에서 다정함과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들이 나를 완성시키는 약수가 되듯, 나 역시 그들의 삶 속에서 건강한 균형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다정함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진정성은 지켜본 사람만이 증명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드는 존재다. 그렇기에 다정함을 중심으로 더 단단하게, 더 넓게 나눠야 한다.
사랑은 받는 만큼 퍼져나가고, 진정성은 겪는 만큼 깊어진다.
결국, 우리는 경험한 만큼 성장할테니까.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다정함이 되기를 바라며,
각자가 가진 중심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당신의 진정성은
어디에 자리하고 있나요.
배경음식. 보들보들 부드러운 오므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