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의 필요성???

by 해든


시집살이.. 말만 들어도 무서운 단어다.

시금치의 "시"자만 들어도 몸서리 쳐진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사실 시집살이라는 단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처가살이의 반대말로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부모 또는 그에 준하는 가족•친척들과 함께 거주하는 일을 말한다.



과거 여자는 결혼을 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친정집을 떠나서 남편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출가외인이 된다.

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통신이 좋이 않던 시대에 친정집과 먼 곳으로 시집가게 되면

1년에 한번 친정집 가기도 쉽지 않았다.

결혼한 딸에게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라고 얘기하는 친정 부모님들이 많았다.

본가와 단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남편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시집살이를 시작한다.

결혼을 하는 나이도 지금보다 훨씬 어렸기 때문에

20대 초반 정도의 여자가 낯선 어른들과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남편은 보통 일을 나가서 집에 없고 여자 혼자 시부모님들과 그 집에 하루 종일 있게 된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 가족 안으로 홀로 들어가서 산다는 것이

어린 여자에게 쉽지 않았을거다.

더군다나 남존여비 문화 속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시부모님들과 시가의 가족들이 그 여자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았다.

그저 이 집에 일하고 애 낳으러 들어온 노동력 정도로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 집안일 대부분을 시키고 종을 부리듯 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결혼과 동시에 시가에 들어가 살면서 시집살이를 했던 엄마들의 이야기는

시집살이의 서러움과 고단함을 보여주었고

시집살이는 더욱 부정적 의미의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지금은 결혼을 하면 처음부터 부부가 따로 살아서 과거처럼 같이 살며 겪게 되는 시집살이는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들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명절에도 보통 당일에는 남편의 집으로 가는 남성 중심의 가족문화에서

과거 세대를 사셨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가정마다 자녀가 한 명인 경우도 많아,

결혼 후 부부와 시가, 처가의 관계도 같이 변하고 있다.

결혼 후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



시집살이는 나쁘기만 할까?

나는 결혼을 하고 시집살이의 순기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시어머니께서 끓여주시는 된장찌개가 참 맛있었는데

남편과 둘이 끓여 먹으려고 하니까 계속 뭔가 부족했다.

전화로 물어보아도 잘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된장찌개는 자신이 없다.

'만약 내가 시집살이를 했다면 이것을 쉽게 배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어머니들 중에 못 먹을 만큼 음식을 못하는 분들은 드물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을 해도 같이 생활하면서 보고 배우던 것들로

음식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여러 일들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시집살이는 회사로 치면 신입사원 연수 같은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면 전공과 무관하게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우게 된다.

이때 사수가 한 명씩 붙어서 책임지고 신입사원을 가르친다.

신입사원은 실수도 하고 혼도 나면서 회사일을 배운다.

과거 결혼한 새댁과 시어머니의 관계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결혼 전 부모님과 같이 살았더라도 집안일을 맡아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 후 갑자기 생긴 집을 관리하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집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당장 쓰레기를 버리는 것부터 쉽지 않고 화장실과 부엌 관리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전등이 나가거나 문이 고장 나는 일도 있고 물이 새기도 한다.

하는 방법을 알고 나면 쉬운데 모를 때는 아예 손도 못 대는 경우가 있다.

만약 결혼 후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살림을 보고 배우며 얼마간의 기간을 보내고 분가했다면

이러한 혼란이 적을 것 같다.



가장 피부로 와닿는 문제는 음식이다.

부부 둘이 살 때는 어찌어찌 넘어가면 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하루 세 끼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결혼 전에 먹기만 하고 집에서 음식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조리과정을 본 적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모른다.

예를 들면 쌀을 씻어야 한다고 해서 주방 세제로 씻었다는 사람도 있고,

생선은 보통 사 오면 한번 씻어서 조리하는데

10년 넘게 생선을 씻어서 조리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예 본 적이 없으면 흉내 내기도 쉽지 않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음식을 같이 자주 했었다.

그래서 김치를 덜고 난 후에 국물로 눌러 놓는다든지 밥을 지은 후에는 풀어놓는다든지 하는,

누가 딱히 알려주지는 않지만 알고 있고 없고의 차이 나는 것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익숙하게 하는 손짓 하나를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것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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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블로그 등을 참고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요리책도 잘 나와있다.

전등 가는 법도 청소하는 법도 유튜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이렇게 경험 없는 엄마 아빠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생기니까

블로그와 유튜브 등이 더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시집살이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시집살이를 통해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배우던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바로 독립하여 부부 둘이 살 경우

우리가 과거 시집살이를 통해서 안정적으로 배우면서 전수되고 내려오던 것들이 뚝 끊기면서

생각보다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모르는 부부가 많다는 점이다.



비어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다른 방법으로 보충해야 한다.

여자만 집안 살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들도 딸도 요리하는 법, 청소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제일 좋은 것은 같이 하는 것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독립했을 때 혼자서 집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집안 살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녀들이 부모님 품에 있을 때 가르치고 보여줘야 한다.




옛날 막장드라마에서 보면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본 데 없어서는 쯧쯧"하는 대사를 한다.

무례하고 절대로 하면 안 되는 말이지만, 나는 이 문장을 좋아한다.

사람이 본데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맡아서 다 하지는 않아도 자꾸 보여줘야 할 수 있다.

보기만 했어도 나중에 그대로 할 수 있다.

결국 육아의 목표는 독립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성인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부부가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 말고도 육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비어있는 부분이 있다.

삼대 이상이 한 집에 모여살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에 대한 예의, 질서를 지키고 순서를 기다리는 것을 배웠다.

동네에서 아이들이 오며 가며 사회성도 기르고 다름을 이해하고 인사하는 것도 배웠다.

이제는 핵가족으로 부모와 자식이 한 가정을 이루고 아파트 문화여서 동네에서의 교류도 적다.

지금 아이들이 과거 아이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있고 그것을 부모가 찾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한다.



전통과 인습은 다르다.

과거의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공동체(사회, 민족, 가족 등) 안에서

가치 있게 이어져 온 문화나 관습은 계승하고,

비합리적이거나 시대에 뒤처진 관행은 없애야 한다.

시집살이라는 문화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하여

좋은 것들을 찾아서 배우고 나쁜 것들은 개선하는 것이 현명하다.

분명히 비어있는 부분이 있다.

그냥 비이 있는 채로 가정이 형성된다면 아이들은 근본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각자의 부모를 통해서 눈으로 몸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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