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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연 Feb 04. 2024

겜알못의 게임로그 #8: <스트레이>

Stray (2022)

|타이틀| 스트레이 (Stray)

|최초출시일| 2022년 7월 19일

|개발사| Blue Twelve Studio

|유통사| Annapurna Interactive

|구입처| App Store (Mac)

|사용기기| M2 맥북 에어 기본형, 엑스박스 시리즈 X|S 컨트롤러


<스트레이>

모종의 이유로 인간이 멸종해 버린 먼 미래, 인간이 남겨놓은 방공호 스타일의 거대 도시 "WALLED CITY 99"에서는 한때 인간과 함께 생활하던 컴패니언이라는 로봇들이 인간의 생활양식을 모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컴패니언 중에는 도시 바깥, 즉 벽 바깥의 아웃사이드로 나가기를 꿈꾸는 '아웃사이더'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모든 것을 갉아먹는 돌연변이 생명체 저크(Zurk)와 고압적인 치안로봇 센티넬 때문에 모든 탈출 시도에 실패하고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작고 복슬복슬한 생명체 하나가 컴패니언들 앞에 나타나요. 처음에는 저크인 줄 알고 컴패니언들 모두 도망쳤지만, 아무래도 저크는 아닌 것 같고 자신들을 잡아먹을 것 같지도 않아 경계를 풀고 손님으로 맞이해 줍니다.


그런데 어느 로봇 하나가 그 작고 복슬복슬한 생명체를 알아봅니다. 스스로를 B-12라고 부르는 그 로봇은 이곳에서 고양이를 볼 줄은 몰랐다며 깜짝 놀라고, 고양이가 나타났다는 건 도시를 둘러싼 벽 바깥의 환경이 다시 좋아다는 뜻일 테니 도시를 개방하고 함께 바깥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아직 어린 고양이와 B-12는 도시 곳곳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도움을 받으며 도시의 해방을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가 지하 도시로 떨어지는 주인공 고양이

<스트레이(Stray, 2022>의 주인공은 고양이입니다.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외벽과 내벽 사이에서 친구들과 함께 평화롭게 지내다가 우연한 사고로 도시로 떨어져요. 거기서 B-12와 다양한 컴패니언을 만나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고, 게임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설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이걸 어떻게 고양이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B-12가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 인간의 행동 양식을 모방하며 살아가는 컴패니언들과의 대화,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다양한 흔적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의 세계관을 흡수하고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결말부에서 세계관의 전체적인 역사와 배경이 드러났을 때의 이야기적 쾌감도 상당했고요.


개성 넘치는 컴패니언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인간의 문화를 모방하면서도 로봇스러운 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생활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웃사이더 같은 주요 컴패니언들 외에는 대화가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각자만의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전달해 주고 있어서 느긋하게 즐기며 모든 컴패니언들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컴패니언들 대부분이 각자의 일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왠지 낭만이 넘쳐 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악보를 가져다주면 음악을 연주해 주던 컴패니언과 지붕에 누워 별처럼 반짝이는 천장의 불빛을 바라보던 컴패니언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때 같은 꿈을 꿨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보내고 있던 네 명의 아웃사이더들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인상적이었고요.


왼쪽: 연주자 컴패니언 모루스크(Morusque), 오른쪽: 처음 만나게 되는 아웃사이더 모모(Momo)

물론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주인공 고양이지요. 이름은 없습니다. 평범한 길고양이니까요. 그래서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야옹야옹거릴 뿐이고요. 가끔 낮잠을 자기도 하고 카펫이나 벽에 발톱을 갈기도 합니다. 추적이나 감시를 피해 상자 속에 뛰어들어 숨기도 하고요. 제작자들이 모두 고양이를 키우는 데다 사무실에도 고양이가 있다고 하던데 그런 만큼 고양이의 특징적인 행동들이 정말 현실적으로 담겨 있었어요. 고양이가 옷(하네스)을 처음 입고 나서 잠시동안 이상하게 걸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옷을 처음 입은 고양이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키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덕분이 배경이 되는 공간도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데스 시티, 슬럼, 미들타운, 하수도 등 다양한 구역으로 나뉜 공간 각자도 모두 매력적이었지만 아주 새로운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고양이는 벽이나 지붕, 파이프, 환풍기, 하수도 등을 통해서 돌아다닐 수가 있지요. 그래서 도시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아니고서는 나닐 수 없는 공간들도 많아서 동선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왼쪽: 갈 곳 잃은 컴패니언들이 만든 타워형 마을 앤트빌리지, 가운데: 사이버펑크 분위기의 미드타운, 오른쪽: 고양이만이 다닐 수 있는 수도 시설 내부

또 하나의 주요 캐릭터이자 고양이의 동반자인 B-12는 다른 컴패니언들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존재 로봇입니다. 오래전, 인간이 아직 도시에 남아있었을 때 도시를 관리하던 과학자의 조수였고 과학자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다른 기억은 남아있지 않아요. 그래서 고양이와 함께 도시 바깥을 향해 나아가며 기억도 조금씩 되찾아 갑니다.


고양이와 B-12의 우정은 <스트레이>를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어요. 주인공 고양이는 결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눈빛과 울음소리만으로도 위기에 빠진 B-12를 구해야 한다고 아웃사이더를 설득하고, B-12 역시 자신의 과거의 꿈을 모두 희생해 가며 고양이를 도시 바깥으로 보내줘요. 둘의 마지막 인사는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B-12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이별

결말도 훌륭했어요. 고양이와 B-12,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은 WALLED CITY 99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이끌어내요. 그 변화가 지금까지 지나온 장소와 캐릭터들을 비추는 모습은 정말 가슴 벅찬 장면이었고요. 도시 바깥으로 나와 익숙한 공기 냄새를 맡으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고양이의 모습 역시 게임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줬습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엔딩 장면의 장소에서 고양이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아주 조금만 더 가면 게임 시작 때 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곳이 나온다고 하네요. 고양이가 부디 다시 친구들과 만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 자신이 지나온 도시를 내려다보는 고양이. 아래: 도시 바깥에 나와 (아마도) 친구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고양이.


<스트레이>는 기본적으로는 어드벤처 게임인데요, 저크와 센티넬이 등장할 때만큼은 장르가 서바이벌 호러 혹은 잠입 액션으로 바뀝니다. 특히 하수도 구역은 코스믹 호러를 방불케 하는 공포의 현장이었어요. 벽에 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눈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크에게 쫓겨 다닐 때의 긴장감이 정말 굉장했습니다. 센티넬은 저크만큼은 아니었지만 자그만 고양이에게 작살 같은 걸 마구 쏘아대며 쫓아와 굉장히 살벌했고요.


흥미로운 세계관과 이야기, 귀엽고 사실적인 고양이, 다채로운 캐릭터와 그 사이의 우정, 입체적이고 디테일한 공간과 동선, 어드벤처와 호러를 오가는 장르,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결말까지, <스트레이>는 비교적 짧은 플레이타임 속에 다양한 매력과 재미를 가득 담아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스트레이>를 맥 앱스토어(Mac App Store)에서 29,000원에 구입했습니다. 맥용 <스트레이>는 스팀(Steam)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데, 스팀 가격은 24,090원이었어요(지금은 할인이 끝나서 각각 39,500원과 35,000원). 같은 게임인데도 5,000원 정도 더 비싼 맥 앱스토어에서 구입한 건 개발자들이 맥을 위한 게임을 더 많이 개발해 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스팀에서 구입하면 사용자가 맥용을 골랐는지 윈도우용을 골랐는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 최근에야 게임을 시작했고 게임 자체도 그리 다양하게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맥에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스트레이> 예고편


다음 게임은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7: Biohazard, 2017)>와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Rise of Tomb Raider, 2015)>, 그리고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Death Stranding Director’s Cut, 2021)> 사이에서 고민 중입니다. <바이오하자드 7>은 맥용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지포스나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번거롭지만 그런 만큼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는 평가는 좋지만 예전에 했던 전편과 비슷한 느낌인 듯해서 조금 망설여지네요. <데스 스트랜딩>은 최근에 애플 실리콘에 최적화되어 나온 데다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요소가 많지만 플레이타임이 너무 길다는 게 조금 걸리고요. 20시간만 해도 너무 길다고 느끼는데 40시간이라니. 어느 걸 언제 할지 천천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왼쪽: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가운데: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 오른쪽: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겜알못의 게임로그

맥북에어(2022)나 아이패드 프로(2020)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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