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도연 Jun 17. 2024

겜알못의 게임로그 여담3: 게임 중단, 그리고 WWDC

게임을 잠시 멈추다 그리고 새 컨트롤러를 사다

지난 반년 동안 평생 하지 않던 게임이라는 걸 열심히 하다가 4월부터는 관심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있기는 했지만 게임 자체의 우선순위가 크게 뒤로 밀려났어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회사 일도 바빠지기 시작했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원고들이 슬슬 밀리기 시작하면서 마감 압박이 심해졌거든요. 외출의 시기가 되니 가족 일도 많아지기 시작했고.


지난번에 올렸던 <포트 솔리스> 이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Layers of Fear, 2023)>와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Death Stranding Director's Cut, 2021)>을 조금 했어요. 재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초현실적이고 음산한 분위기, 기묘하게 뒤틀린 시공간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질려버렸어요. 짧은 기간에 몰입해서 진행한다면 제법 재미있었겠지만, 조금씩 틈틈이 하기에는 그때그때 흡인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은 취향에 맞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제대로 각을 잡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관도 게임의 진행과 스타일도 굉장히 새롭고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진행도 비교적 느린 편이라 짧은 시간에 나눠서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4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도 좀 부담스러웠고요. 제가 했다면 아마 5-60시간은 걸릴 테니까요.


그렇게 새로운 게임을 해볼 생각을 한동안 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바이오하자드 빌리지(Resident Evil VIllage, 2021)>를 한 번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2회차부터는 1회차 때의 무기와 아이템을 이어받는 등의 몇 가지 특전이 주어지면서 1회차와는 조금 색다른 플레이가 가능해지는 걸로도 유명하니까요. 저는 여기에 추가적인 특전까지 제공해 주는 DLC를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1회차 때 마지막에 가서야 얻을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와 더불어 무한 탄약이라는 사기적인 능력마저 손에 넣었지요. 그래서 난이도도 '캐주얼(쉬움)'에서 '스탠다드(보통)'으로 올렸습니다. 아무리 특전이 추가되었다고 해도 저는 게임 흙손이니 감히 '하드코어(어려움)'을 시도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3회차를 하게 된다면 그때 생각해 봐야죠.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2회차에서 발견한 마더 미란다의 딸 '에바'의 무덤.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비극의 시작은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었지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2회차를 해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같은 게임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즐기는지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분명 이미 해본 것인데도 처음 했을 때와 다름없는 긴장과 재미를 얻을 수 있었고, 1회차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요소를 확인할 수도 있었어요. 아버지 에단 윈터스의 이야기는 여전히 감동적이었고요.


거기까지였습니다. 또 한동안 게임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어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적인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 거지요. 원래는 게임을 16개까지 해보고 잠시 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11개까지만 하고 쉬게 되었네요.

원래 해보려고 했던 16개의 게임들. 굳이 16개인 이유는 정사각형으로 깔끔하게 배열할 수 있어서.

그러던 와중에 지난주에 있었던 애플의 WWDC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접했어요. 이번 WWDC의 화두는 애플이 자신들의 제품에 새롭게 추가하는 인공지능이었지요. 저도 그 부분이 굉장히 흥미롭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놀랐던 곳은 게임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MacOS를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새로운 게임 목록에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7: Biohazard, 2017)>과 <바이오하자드 RE:2(Resident Evil 2, 2019)>가 있었던 겁니다. 두 게임 모두 굉장히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MacOS를 지원하지 않아서 지포스나우를 통해서 했었는데,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할 때는 아이폰의 작은 화면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대기 시간이 길 때도 있고 할 때마다 아이폰의 네트워크 보안 기능인 Private Relay을 꺼야 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그리 쾌적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MacOS에서 네이티브로 지원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 지더군요.  (<바이오하자드 RE:3(Resident Evil 3, 2020)> 가 없는 건 조금 아쉽네요.)


게다가 앞에서 말한 16개의 게임 중에 있었지만 결국 해보지 못했던 <컨트롤(Control, 2019)>도 목록에 있었습니다. <컨트롤> 역시 MacOS를 지원하지 않아서 지포스나우나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해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조만간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WWDC 2024에서 공개된 새로운 MacOS 지원 게임 목록 속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컨트롤>


그나저나 캡콤이 제법 적극적으로 MacOS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듯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팬이 된 만큼 시리즈 차기작도 꼭 해보고 싶은데 갑자기 맥 지원을 끊어버리면 낭패니까요. 그리 다양한 게임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게임 전용 콘솔을 구입하는 건 좀 부담스럽거든요. 집에서 윈도우는 쓰지 않으니 윈도우PC도 사실상 게임 전용이 아니고서야 구입할 일이 없고.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개발자가 캡콤이 최근 멀티플랫폼 전략을 밀고 있고 MacOS용 게임 개발이 놀라울 만큼 쉽고 편했다고 말하는 인터뷰 기사("캡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개발자가 말하는 Mac용의 제작 편의성(일본어)")가 있는 걸 보면 차기작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M2 맥북에어 기본형을 그때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매년 하나 씩 맥/아이폰/아이패드 버전으로 나오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물론 MacOS용이 나온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지요. 지난번에 했던 <포트 솔리스>는 최적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맥북에어에서는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와 <바이오하자드 RE:4>에서 훌륭한 최적화를 보여줬으니 기대할 수 있겠지요. <컨트롤>은 처음 나왔을 때 최적화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WWDC를 보고 나니 왠지 다시 컨트롤러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글에서 한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가 게임을 즐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컨트롤러라는 입력장치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예전에 갖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산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었던 컨트롤러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엑스박스 20주년 기념 한정판 컨트롤러인데요, 반투명한 전면 커버 덕분에 내부 구조가 보이는, 무기질의 기계장치를 좋아한다면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엑스박스 20주년 기념 컨트롤러

20주년 기념 한정판인 만큼 2021년에만 한정 생산되어 정식적인 루트로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만 판매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게임을 시작한 게 2023년 가을부터였으니 그때는 이미 손에 넣을 기회를 놓친 거죠. … 적어도 신품으로는요. 고민 끝에 결국 미개봉 중고로 구입을 했습니다. 엑스박스는 없으면서 정작 컨트롤러는 세 개나 생겼네요.

왼쪽: 미개봉 중고로 구입한 엑스박스 20주년 기념 컨트롤러. 오른쪽: 지금 갖고 있는 세 개의 엑스박스 컨트롤러.

새로운 컨트롤러가 생기고 나니 아무래도 뭔가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MacOS용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은 7월 2일 출시 예정이고 <바이오하자드 RE:2>와 <컨트롤>은 구체적인 발매일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는 거지요.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 2018)>를 골랐습니다. 두 편의 전작 <툼 레이더(Tomb Raider, 2013)>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Rise of the Tomb Raider, 2015)>에 비해 평가는 많이 엇갈리지만, 일단 3부작을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고 또 주요 배경이 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중남미의 마야 유적지인 것 같더라고요. 30분 정도 해봤고 느낌은 괜찮았습니다.

<섀도 오브 툼 레이더>

하지만 회사 일과 작가 일, 그리고 가족 일 모두 빡빡하다는 현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며칠에 한 번 조금씩만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다음에는 아마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을 MacOS버전(!)으로 한 번 더 해볼 것 같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2>와 <컨트롤>의 MacOS 버전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어서 이 다음은 또 모르겠네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생각해야 겠습니다.


게임로그를 쓰는 빈도는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가끔씩은 뭔가 쓸 일이 생기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겜알못의 게임로그 #11: <포트 솔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