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김

by 해가뜨니

어릴 때 자주 놀러 가던 친구네 집이 있었다.

그날도 친구와 나는 방 안에 앉아 주사위를 던지며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주사위가 데굴데굴 굴러가고, 플라스틱 말이 종이판 위를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다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남은 나는 심심해져서 TV를 켰다.

하지만 딱히 볼 만한 게 없었다.

그러다 문득 TV 위에 놓인 반찬 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호기심에 통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김이 있었다.

바삭하게 잘 구워진 김 위에 기름이 반질반질 빛나는 김.

고르게 뿌려진 소금은 햇빛을 받으면 작은 모래알처럼 반짝였다.


‘와... 하나 먹고 싶다.’


그렇게 김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친구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TV를 켜놓고 있는 나를 보더니 친구는 얼굴을 찡그렸다.


“야, 이 시간에는 TV 볼 거 안 해. ”


그러더니 TV를 꺼버리고는 다시 게임판 쪽으로 앉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미 김 생각밖에 없었다.


“너네 집 김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냐?”


내 말에 친구가 반찬 통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


“아, 그거? 엄마가 아침에 밥 먹으라고 구워놓고 출근하신 거야. 맛있겠지. 김에다가 밥 먹을래?”

“응! 밥 먹자!”


우리는 밥통을 열고 따끈한 하얀 밥을 퍼서 상에 올렸다.

김을 한 장 집어 들고 하얀 밥 한 숟가락에 얹어 조심조심 말아서 입에 넣었어.



바삭—


김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향이 입안에 퍼지고, 소금의 짭짤함이 느껴지다가

밥알들이 간을 맞춰줬다.


“야, 진짜 맛있다.”

“그렇지? 우리 엄마 김 잘 굽는단 말이야.”


그날 친구네 집에서 먹은 김과 밥의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시장에서 파는 조미김도, 고급 브랜드 김도 아니다.


내 생에 최고의 김은 바로 친구네 엄마가 아침에 정성스럽게 구워둔 그 김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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