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타밀나두 부터 다시 시작하자
인도 남동부 끝자락에 자리한 타밀나두(Tamil Nadu)는 한국 기업에게 더 이상 낯선 지역이 아니다. 첸나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현대자동차 공장이라는 점만 봐도, 한국과 타밀나두의 연결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이 주는 오랫동안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중심지로 성장해 왔고, 타밀나두는 인도 전체 자동차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인도 경제의 관문’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타밀나두를 이해할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드라비다식 거버넌스 모델’이다.
특징은 종교나 카스트 차별을 강하게 금지하고, 사회 전반의 이동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친다.
저소득층에게 쌀을 공급하는 복지 시스템
여학생 학비, 교과서, 통학비 무료 정책
낮은 카스트 출신의 교육·행정 분야 채용 비율 확대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 보장
이런 구조 덕분에 타밀나두는 인도 안에서도 보기 드문 인적 자본 기반의 주(州) 로 자리잡았다. 타밀나두는 인도 내 2위 규모 경제를 갖고 있고 주정부는 2030년까지 1조 달러 경제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타밀나두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강하고, 특히 MSME(Micro, Small & Medium Enterprises) 라고 불리는 중소 제조업 생태계가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 세 가지다.
의류·부품·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래된 산업 기반을 갖고 있으며, 주정부의 장려 정책까지 더해져 수출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많다.
자동차·전자·설비 중심의 산업 벨트가 구성돼 있어, 공급망 연결성이 뛰어나다.
현대·포드·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 동남부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및 자동차 수출 항만이 있는 만큼, 물류 측면에서 접근성이 압도적이다.
제조–물류–수출이 ‘하루 안에 연결되는 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밀나두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기업이라면, 현실적인 위치부터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처럼 대규모 설비 투자와 인력 파견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와이어링 하네스
차량 센서
ECU 관련 전장부품
타밀나두는 인도의 대표적인 자동차 산업 중심지이기 때문에, 부품 공급망에 진입하려는 기업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티루푸르(Tiruppur)는 인도 최대 니트 의류 생산지다.
이곳에 필요한 장비—자동 재단기, 특수 섬유 케미컬, 포장 장비 등—역시 기회가 있지만, 경쟁이 이미 치열하기 때문에 다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도의 포장 기술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식품·부품·소비재 전반에서 ‘자동 포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와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자동포장기계
스마트 물류 소프트웨어
냉장·냉동 포장재
포장 설비 유지·관리 기술
타밀나두의 제조 생태계와 항만 인프라를 고려하면, “포장–물류 개선”은 한국 중소기업에게 가장 빠른 시장 진입로가 될 수 있다.
인도는 크다. 너무나 크다. 13억 인구를 가진 나라의 ‘모든 지역을 분석하고 진출하는 전략’을 중소기업이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많은 지원이 없으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도 내에서 일본 기업들이 강한 위상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처럼 ‘명확한 산업·인적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타밀나두 정부는 교육 정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IIT Madras와 Anna University 같은 명문 공과대학도 이 지역에 있다.
그렇다면 한국식 교육 서비스—예컨대 대입 전략 컨설팅, STEM 교육 플랫폼, 온라인 튜터링 서비스—같은 비제조 분야도 충분히 기회가 있지 않을까?
나아가 한국 대학(SKY 등)과 타밀나두 대학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공식화한다면,
한국은 인도 청년 인재를 유입해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인도는 일자리 문제를 완화하며
기업은 인재 풀 확보에 유리해지고
서로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교육+산업 연계 모델’은 지금까지의 단순한 투자 진출 방식보다 한 단계 발전된 접근일 것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12/08/Q72J3SFZ6JAQNFUVUYBP7HGFF4/
타밀나두는 더 이상 ‘인도의 한 지역’이 아니다.
인도 전체 산업 경쟁력의 앞단을 보여주는 실험장이며, 한국 기업에게는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시장이다.
명확한 산업 기반
강력한 제조 생태계
항만 중심의 수출 인프라
친(親)기업적 행정 환경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포장 자동화’, ‘자동차 부품’, ‘교육 서비스’처럼 틈새이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의 선택이 필요하다.
인도 시장은 크기만큼 어렵다. 그러나 적절한 진입점을 선택한다면, 한국 기업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수 있는 곳도 결국 인도다.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 타밀나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