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태양은 누구를 위해 뜨는가
인도의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할 때 아다니 그린 에너지(AGEL)를 빼놓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은 지금 인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포식자이자, 이미 판을 바꿔놓은 지배자다.
2026년 2월 말 기준, AGEL의 재생에너지 운영 용량은 17.47GW에 달한다. 인도 에너지 산업의 전통 강자 Tata Power(6.1GW)와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제 AGEL은 단순히 '떠오르는 기업'이 아니다. 인도의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주인공이다.
https://thesquirrels.in/news/adani-gujarat-wasteland-renewable-4479173
AGEL의 진짜 힘은 단순히 발전소를 많이 짓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은 발전과 제조를 하나의 사슬로 묶는다. 2024년 구자라트에서 태양광 핵심 소재인 웨이퍼와 잉곳 생산을 시작했고, 폴리실리콘까지 내재화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라"는 인도 정부의 주문에 가장 기민하게 응답하는 기업인 셈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에너지 거물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수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날개를 달아주었다. 국가 전략과 글로벌 자본이 결합한, 그야말로 무적의 함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장 서사 앞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주는 순수한 시장 경쟁의 결과인가, 아니면 설계된 특혜의 산물인가. 나는 AGEL의 격차를 단순히 '압도적인 실력'으로만 해석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한다.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은 오래전부터 아다니 그룹과 모디 총리의 끈끈한 인연을 주목해 왔다. 규제와 토지, 인프라와 금융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유독 아다니의 확장에 맞춰 매끄럽게 돌아갔다는 의심이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3849579
이 의심은 '카브다(Khavda)'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확신으로 변한다. 접경 지역의 삼엄한 보안 규정이 완화되고 토지가 신속하게 이전되는 과정이 아다니에게 유독 유리했다는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과거 POSCO가 오디샤주에서 토지 문제로 10년 넘게 고전하다 결국 철수했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인도의 복잡한 토지 이해관계를 AGEL이 이토록 가볍게 뛰어넘는 모습은 정치적 배경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407242132405
이 대목에서 우리는 뼈아픈 단어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다.
사람들은 흔히 태양광과 풍력을 ‘착한 에너지’라 믿는다. 하지만 현장의 진실은 다를 수 있다. 주민의 동의를 건너뛰고, 대대로 이어온 토지 이용권을 무시하며, 환경영향평가를 요식행위로 전락시킨다면 그것은 친환경의 가면을 쓴 또 다른 수탈일 뿐이다. 기후 정의가 실종된 에너지 전환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거대한 자본과 국가 권력이 맞물려 돌아가는 카브다(Khavda) 프로젝트의 거침없는 속도를 보며, 나는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 압도적인 질주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올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나는 먼 북유럽의 작은 섬, 덴마크의 '삼쇠(Samsø) 모델'에서 찾았다.
https://www.sd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9194
삼쇠 섬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성지로 불린다. 비결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덴마크는 2009년부터 신규 풍력 프로젝트 지분의 최소 20%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덕분에 주민들은 발전소의 소음과 경관 훼손을 참아내는 '피해자'가 아니라, 발전 수익을 나누는 '주주'이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었다. 에너지 전환이 기업의 배를 불리는 '남의 사업'이 아니라, 마을의 미래를 바꾸는 '우리 사업'이 된 것이다. 지역 사회의 수용성은 갈등 해결의 결과물이 아니라, 당연히 따라오는 전리품이었다.
결국 내 생각은 이렇다. AGEL이 진정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패널'을 까는 물리적 확장을 넘어, '더 공정한 구조'를 설계하는 철학적 도약이 필요하다.
거대 자본의 효율성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소유권은 기업이 유지하되 수익의 일부를 '주민 참여 펀드'로 환원하고, 인허가 단계부터 주민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 기술교육센터를 세워 소외된 주민들을 단순 노무자가 아닌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길러내는 '하이라이트'를 만들어야 한다. 덴마크의 협동조합 모델을 인도의 척박한 현실과 복잡한 사회 구조에 맞게 '번역'해내는 능력, 그것이 AGEL이 증명해야 할 진짜 실력이다.
지금 AGEL 앞에 놓인 진짜 질문은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다. 인도의 태양은 기업의 재무제표 위에서만 차갑게 빛날 것인가, 아니면 그 온기를 발을 딛고 선 지역사회와도 뜨겁게 나눌 것인가.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의 맥락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아다니가 진정으로 '인도의 기업'으로서 역사에 남고 싶다면, 제가 제안한 이 '포용적 성장'의 가치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그들의 성장은 단순한 독점이 아닌, 인도의 민주주의와 기후 정의가 결합한 '정당한 승리'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