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중동에서 났는데
인도가 왜 흔들릴까?

by 시몬스

전쟁이 시작되고 뉴스를 보면서 나는 조금 다른 쪽이 궁금해졌다.

정작 이 전쟁 때문에 가장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나라 중 하나는 인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인도는 중동과 가깝고, 걸프 지역에만 거의 1억 명에 가까운 인도인이 살고 일하며, 에너지 안보 역시 중동에 크게 기대고 있다.

인도 외교장관 S. 자이샨카르도 이번 사태를 두고 인도에 “특별한 우려”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걸프 지역은 인도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며, 거의 1천만 명의 인도인이 이 지역에 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인도에 더 아프게 다가오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유가다. 3월 9일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9달러를 넘겼고, 장중 100달러를 웃돌았다. 인도는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Reuters에 따르면 인도는 전체 원유 수입의 약 4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있다. 결국 중동이 흔들리면 인도는 가장 먼저 기름값, 물가, 환율, 수입대금에서 충격을 받는다. 전쟁이 뉴스 헤드라인으로 끝나는 나라가 아니라, 바로 생활비와 국가재정 문제로 번지는 나라가 인도인 셈이다.



처음에는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산 원유를 막아놓고, 결국 미국산 원유를 더 비싸게 팔기 위해 인도를 압박하는 것 아닐까. 미국에는 엑슨모빌과 셰브론 같은 거대 에너지 기업도 있으니, 전쟁이 미국에는 오히려 돈이 되는 그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https://brunch.co.kr/@haegang710/67


그런데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꼭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image.png

Reuters 보도를 보면 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급등했지만 엑슨모빌, 셰브론 같은 메이저 에너지 기업 주가는 예상만큼 크게 뛰지 않았다. 시장은 이번 유가 급등이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고, 미국 업계도 예전처럼 무조건 공격적으로 증산하기보다 주주환원과 재무관리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다.



오히려 미국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 역시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위축된다. Reuters는 최근 유가 급등이 미국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고, 유가가 10% 오를 때 미국 GDP 성장률이 0.15~0.20%포인트 깎일 수 있다는 JPMorgan 분석도 전했다. 실제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한 달 전보다 크게 올랐다. 그러니까 이번 전쟁은 “미국이 산유국이니 무조건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에너지 기업 일부는 웃을 수 있어도, 경제 전체로 보면 미국 역시 꽤 민감하게 얻어맞고 있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떨까. 인도는 미국처럼 일부 기업이 웃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인도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공동 방출에는 아직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고, 현재는 비교적 편안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산 원유 도입도 다시 활용하고 있다. Reuters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 정유사들이 3월 5일 기준 이미 선적돼 바다에 떠 있던 러시아산 원유를 30일 동안 들여올 수 있도록 한시적 면제를 줬고, Reliance는 그 뒤 3월 인도분 러시아산 원유 최소 600만 배럴을 확보했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us-energy-chief-defends-waiver-russian-oil-sanctions-blames-fear-higher-gas-2026-03-08/

즉 인도는 “원칙”보다 “실리”를 택하고 있다. 미국과 관계를 완전히 깨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와 정유사를 위해 싼 원유는 계속 확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주목한 건 걸프 지역 인도 노동자 문제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걸프 6개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은 약 937만 명이다. 이건 단순한 해외 거주자 숫자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인도 가계경제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송금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케랄라는 이 구조가 유난히 강하다. Kerala Migration Survey 2023에 따르면 2023년 비거주 케랄라인은 약 400만 명이고, 케랄라 출신 해외 이주자의 80.5%는 여전히 걸프 국가에 집중돼 있다. 케랄라로 들어온 해외송금은 주 GDP의 23.2%에 달했고, 주정부 세입의 1.7배 규모였다. 걸프 지역이 흔들리면 케랄라 경제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 현실적이 된다. 인도 외교부는 3월 9일 국회 보고에서, 두바이·도하·아부다비 같은 허브에 발이 묶인 인도인들을 지원하고, UAE에서 오만으로, 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에서 사우디로 넘어가는 이동까지 도왔다고 밝혔다. 그렇게 귀국하거나 이동한 인도인이 약 6만7000명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이번 전쟁은 단순히 “원유값이 올랐다”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인도인의 이동과 생계, 항공과 물류에 직접 충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image.png

그리고 여기서 인도의 더 오래된 문제 하나가 다시 튀어나온다. 바로 청년 일자리다. 인도 정부 PLFS 2025년 4월 자료를 보면 15~29세 실업률은 전국 13.8%, 도시에서는 17.2%였다. 전체 15세 이상 실업률이 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압박이 훨씬 크다. ILO의 India Employment Report 2024도 인도 청년층에서 교육 수준과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심하고, “청년 3명 중 1명”이 교육·고용·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걸프 지역의 반숙련·비숙련 노동자들이 더 많이 귀환하게 되면, 특히 케랄라 같은 지역에서는 노동시장 압박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Kerala Migration Survey 역시 귀환 이주자가 2018년 120만 명에서 2023년 180만 명으로 늘었다고 보여준다.



이번 전쟁을 두고 인도의 입장이 미묘해지는 건 당연하다. 인도는 공개적으로는 외교와 대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안보와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유가와 러시아산 원유 문제에서는 끝까지 실리를 챙기려 한다. 동시에 걸프 지역에 있는 인도인들의 안전, 귀환, 송금 감소 가능성까지 신경 써야 한다. 자이샨카르가 국회에서 강조했듯 인도의 기준은 평화, 인도인 보호, 그리고 국가이익이다. 멋있는 외교 문장 같지만, 지금 인도에게는 정말 그 세 가지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Simon Says

https://youtu.be/Xe8FjoBu0uM?si=6UFzqrCHGAzZRApo

중국 러시아가 이란 지도자 모즈타바를 인정하길래,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나 찾아봤는데 역시 그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공습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정세가 길어질수록 인도는 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원유 가격이 계속 높고, 걸프 지역 불안이 길어지고,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더 악화된다면 모디 정부도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자국 이익 중심의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졌지만, 그 후폭풍은 인도의 주유소와 공항, 케랄라의 가계, 그리고 모디의 외교 계산서까지 흔들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인도에게는 결코 남의 전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