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병동
하루가 지나고 나는 독방에서 풀려났다.
보호사를 따라 병실로 옮겨졌고, 그 안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정적 속에서 그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저 사람은 왜 왔을까?’
하는 궁금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 낯선 시선 속에서
나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
이분들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여기까지 오기까지 무엇을 견뎌왔을까?
침대 커버를 씌우고 이불을 정리하고 있는데,
키가 크고 얼굴이 해맑은 젊은 친구가 다가왔다.
“형, 안녕하세요! 저는 준이예요.
반가워요~!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나는 당황한 얼굴로 짧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 뒤로 병실 사람들은 한 명씩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신문 볼래요?”
“커피 드릴까요?”
“TV는 3시랑 6시에 볼 수 있어요. 주말엔 좀 더 자유롭고요.”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오게 됐을까?
내가 상상해 왔던 폐쇄 병동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거기엔 무서움도 공포도 없었다.
대신
낯선 곳에 모여 서로를 조용히 챙기는
순수함과 따뜻함이 있었다.
그날 밤,
불이 완전히 꺼진 병실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천장은 낮과 다르지 않은데
공기만은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는 문에는 작은 창이 하나 있었고
그 창 너머에는
누군가 걸어가는 발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카트 바퀴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제야
아, 나는 정말 여기 있구나.
병원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정말 ‘여기’라는 공간 속에 갇혀 있구나.
이 생각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이불을 쥔 손끝이 조금 떨렸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내 숨소리만 너무 크게 들렸고
침대 매트리스의 얇은 스프링이
내 몸의 작은 움직임에도 삐걱거리며 반응했다.
누구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왜 왔는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엇이 나를 무너뜨렸는지.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에 있다는 것.’
그 사실만이 전부였다.
나는 벽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는 뒤척이며 잠에서 깨고
한 사람은 조용히 중얼거리듯 기도했다.
모두에게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모두가 이곳에 오는 데까지
나름의 긴 밤을 통과해 왔을 것이다.
그제야 조금 이해됐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래 혼자 버텨왔는지.
나는 그제야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