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더 퓨처
다음 날 아침,
형광등 불빛이 눈 사이로 스며들었다.
찌푸린 얼굴로 몸을 일으키니
벽에 걸린 시계가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복도에서는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아침식사 냄새가 느리게 병실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한 줄로 서서
종이컵에 물을 받아 들고 이름을 차례로 불렸다.
이름을 말하면, 약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약은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바로, 그 자리에서 삼켜야 했다.
약을 삼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이 둔해지는 느낌이 왔다.
생각의 속도가 조금씩 늦춰지고
몸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무언가가 내 에너지를
조용히 빨아들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슴도 다시 답답해졌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서
심장이 혼자 뛰는 소리만 더 크게 들렸다.
그때 옆방의 준이가
달리듯 내 쪽으로 와 물었다.
- 형, 괜찮으세요?
- 네... 괜찮아요.
준이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9시 조금 넘으면 의사 선생님 올 거예요.
- 너무 힘들면 말씀드리세요. 약 줄여주실 거예요.
- 네... 고마워요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 사람들은 그를 ‘윤원장’이라고 불렀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브라운 박사를 떠올리게 했다.
곱슬거리는 머리는 파마를 한 듯 흐트러져 있었고,
검은색보다 회색빛이 훨씬 많이 섞여 있었다.
나는 윤원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윤원장이 나를 보며 물었다.
- 어제 잠 잘 잤어요?
- 네...
- 다행이네요. 첫날은 치타 한 마리가 날뛰는 줄 알았어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첫날 2층 로비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장면을 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 원장님... 저는 언제 나갈 수 있을까요?
그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대답했다.
- 아직은 조금 더 있어야 해요.
- 그동안 혼자 너무 많이 버티고 너무 많은 걸 견뎠을 거예요.
- 여기서는 그냥 잠시 쉬면 됩니다.
쉬면 된다고 말했지만 기약이 없는 시간은 내 가슴을 더 조여왔다.
불안은 매일 모양을 바꿔 찾아왔고 나는 그 불안이 언제 끝날지 몰랐다.
윤원장은 병실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때마다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 원장님, 저는 언제 퇴원할 수 있나요?
그 말에는 모두 같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 답답함, 그리고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폐쇄병동에는 스스로 들어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나 사연이 있었고,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호자의 동의로 이곳에 들어왔다.
그 사실이 이곳의 공기를 조금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 속에서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