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나는 병원에서 약을 먹지 않았다.
약은 손바닥에 떨어졌고, 간호사는 “삼키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바닥에 침을 살짝 묻혀 약이 떨어지지 않게 붙였다.
그리고 입에 넣는 것처럼 보였다.
간호사는 내 입안을 확인했다.
볼 안쪽, 혀 아래, 윗천장. 나는 입을 크게 벌렸다.
- 잘하셨어요.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손바닥을 조용히 웅크렸다.
약은 여전히 그 안에 있었고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약을 삼키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몸이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심장이 조여 왔고, 머릿속이 지우개로 문지른 종이처럼 흐려졌으며 생각은 천천히 지워졌다.
나는 그 느낌이 싫었다.
더 이상 무너지는 기분을 견딜 수 없었기에
그래서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속이는 것.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어떤 날은 식사 트레이가 들어오는 통로를 살폈다.
그 틈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계산했다.
다음 날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보이는 방향을 보고
담벼락의 높이, 구조, 넘어섰을 때 어디로 이어지는지.
또 어떤 날은 문이 열릴 때 보호사를 밀고 나갈까 생각했다.
그 문은 항상 천천히 닫혔다.
닫히기 직전의 순간만 예외였다.
그 순간은 아주 짧았다.
머릿속은 매일 바쁘게 움직였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장면들이 이어졌다.
가능성은 낮았지만 계획만큼은 정확했다.
일주일 중에 월수금은 전화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나는 수화기를 붙잡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엄마... 제발 나 좀 꺼내줘.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나 진짜 여기 있으면 안 돼. 나 미치겠어. 제발 좀...
부모님은 짧게 말했다.
- 조금만 있어. 의사 선생님이 시간이 필요하대.
그 말이 끝나면 나는 다시 말했다.
- 아니야. 나 괜찮아. 진짜 괜찮아. 그냥 데려가 줘.
나는 엄마에게 할 수 있는 온갖 욕을 다했다.
그 순간 보호사가 다가오면 나는 전화를 끊었다.
어떤 날은 인권보호센터 번호를 눌렀다.
- 저... 나가고 싶은데요.
상담원은 조용히 말했다.
- 보호자가 부모님이시죠? 그럼 어렵습니다.
- 근데 저는 괜찮아요. 나갈 수 있어요.
- 죄송합니다. 절차가 있어요.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말은 단단했다.
나는 머릿속에 저장된 친구들 번호를 떠올렸다.
손가락이 번호를 누를 때마다 심장이 빨라졌다.
전화는 연결됐다.
그들은 말했다.
- 미안. 지금은 좀...
혹은
- 어떡하냐... 나도 잘 몰라.”
어떤 번호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통화음만 길게 울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컸다.
나는 변호사 동생에게도 연락했다.
가능한지 물었다.
-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변호사 동생은 말했다.
- 부모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 대답은 다른 어떤 말보다 짧고 확실했다.
나는 매일 최선을 다해 이곳에서 나갈 방법을 찾았다.
밤이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은 방법이 생길까.’ 대답은 없었다.
천장은 늘 같은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이 오면 나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웠다.
조용하게, 하지만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