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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Jul 12. 2023

찾았다! 해일막걸리만의 공간

드디어 첫 터전을 잡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상가를 찾기 위해 부동산에 들렀던 지난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네 개의 매물 중 마음에 꼭 드는 것이 없기도 하고 자금 문제도 있어, 결국 계약을 하지 않았었죠. 그 후 '될 대로 돼라! 아직 시간은 많다!'라는 마법의 문장을 되뇌며 부동산 고민을 잠깐 미뤄두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에서 좋은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무 조건이 좋다며 당장 올 수 있냐는 이야기에 급하게 다음 날 오전 약속을 잡고 매물을 보러 갔어요. 알고 보니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더라고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건물을 보자마자 좋은 느낌이 왔어요.


일단 제가 상상했던 그림과 똑같은 빨간 벽돌 건물이었어요. 저는 늘 해일막걸리라고 써진 하얀색 간판이 빨간 벽돌벽에 붙어 있는 상상을 했거든요. 그리고 건물 전면이 통유리라 따로 익스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게 좋았어요. 사실 불투명한 녹색 유리라 조금 아쉽긴 했는데, 임대인께서 한쪽 유리가 깨져서 교체하신다길래 이왕이면 투명으로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정말 투명 유리로 바꿔주신 거 있죠? 그래서 한쪽 면은 투명해졌어요. 와!


또 주변이 번잡하지 않은 게 좋았고, 지난번에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이라 도로도 살펴보았는데 살짝 경사진 오르막이라 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 되었죠. 


물론 단점도 있긴 했어요. 지하철 역에서 꽤 먼 편이고, 상권에서 아예 밀려난 곳이라 유동 인구를 고객으로 만들 수 없는 위치였죠. 바로 앞이 터널이라서 차도 많이 지나다니는 편이고, 도로를 너머 큰 벽이 있어서 전망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단점 덕분에 평수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했어요. 지난번에 본 매물이랑 보증금과 월세가 똑같은데 평수는 2배 정도 컸죠. 벽도 깔끔한 편이고, 기둥 같은 구조물도 없는 깔끔한 직사각형 구조였어요. 내부에 수도 시설도 있었고 옆 쪽으로 창문이 하나 더 있어서 환기도 문제없을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 상가를 보자마자 계약할 것 같아서 바로 부모님께 연락했습니다. 사실 원래 아버지가 곧 여행을 갈 예정이어서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 그 여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예정보다 빠르게 상가를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두 번째로 상가를 보러 간 날, 공용 화장실의 변기 교체까지 약속받고 계약 일자를 잡았습니다.


계약 일자를 잡기 전까지 나름대로 고생을 하기도 했어요. 주말 동안 해당 상가가 일반음식점업,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주류제조업 등록이 가능한지 확인하느라 하루종일 검색해야 했죠. 방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이해해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사항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정화조 용량을 어림잡아 계산하고, 토지 이용 계획을 확인하고, 전력 승압을 알아보고, 용도 변경이 꼭 필요한지 찾아보는 등 알아봐야 할 게 산더미였습니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구청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에 연락해야 했고요.


이 과정이 너무 힘든 나머지 그냥 정화조 용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타의로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그 상가가 제가 찾던 모든 조건에 부합하더라고요! 힘들게 발품 팔아 구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저를 찾아온 상가여서 그런지 이 모든 게 좋은 신호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동산 계약날, 갑작스럽게 임대인 분과 입장 차이가 생겨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법인명이 아닌 개인명으로 계약을 하는 바람에 계약서를 수정하러 다시 일정을 잡아야 했죠. 뭐든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다고, 이밖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사히 계약을 마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는 8월, 여러분께 해일막걸리의 소담한 공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인테리어부터 집기 구매까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커다란 한 걸음을 뗄 수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남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해일막걸리를 잘 가꾸어 보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소식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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