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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Aug 11. 2023

오늘부터 채무자

청년고용연계자금 대출 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인사를 드리네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 힘들다는 변명으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매주마다 소식을 전하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에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성실하게 연재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이 기록은 해일막걸리에게 소중하니까요.


그동안 창업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창업은 결국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돈이 없으면 시도하기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운 좋게 예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초기 창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원금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고객 테스트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매장 개점을 준비하며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올해, 모든 지원사업에 떨어지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지원금으로 매장 임대료를 내고 인테리어를 진행하려고 했던 계획을 실행할 수 없었어요. 퇴사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는 돈은 모두 적금과 생활비로 쓰였고, 유동 자산이 거의 없던지라 매장을 낼 엄두를 내지도 못했습니다.


첫 번째 계획이 틀어지면, 두 번째 계획으로 돌아가야겠죠. 제 두 번째 계획은 바로 청년창업지원자금 대출이었습니다. 원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자금대출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제가 1인 기업이기 때문에 대상에 맞지 않는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대신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청년고용연계자금을 추천해 주셔서 이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처음 청년고용연계자금 대출을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올해 3월이었습니다. 때마침 4월에 대출 신청이 열린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사업 서류 제출을 마치고 대출을 신청하면 딱이겠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 자세하게 알아보지 않은 탓에 이 자금이 선착순 소진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4월 중순쯤 자금이 소진되어 대출을 신청할 수 없다는 팝업창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어쩔 수 없이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을 보내다가 충동적으로 상가 계약까지 마친 저는 다급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어찌어찌 보증금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딱 보증금까지만 가능하다는 게 문제였죠. 다행히 7월에도 청년고용연계자금 대출 접수가 열렸고 무사히 신청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서버 시간 홈페이지를 켜놓고 긴장하며 대기하던 모습이 티켓팅이 따로 없었어요.


여기서 팁을 살짝 드리자면 대출 신청에 성공하신 분들은 바로 관할 신용보증재단 방문 상담 예약을 하시는 게 좋아요. 신청을 마치고 나면 심사 후 문자가 오는데요, 이 문자를 받고 나서 예약을 하려면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 당시 양조장 인턴십 중이라서 퇴근 후에야 방문 상담 예약을 하려고 했더니 이미 일주일치 일정이 꽉 차있었어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출금이기에 절차는 빨리 진행될수록 좋은데, 시작부터 뒤로 밀려버리니 많이 불안하더라고요.


일주일 뒤, 비가 엄청 쏟아지던 날 저는 필요 서류를 챙겨 신용보증재단에 내방했습니다. 생각보다 상담 과정은 수월했어요. 처음에는 2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기뻤는데, 제가 그동안 창업에 쓴 비용이 1천만 원이 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1천만 원까지만 보증 진행이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많이 아쉽긴 했지만 원래 생각하던 하한선이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기도 해서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챙겨주신 서류를 들고 바로 옆에 있는 은행에 가서 도장을 받았고, 안내해 주신 목록에 따라 서류를 준비해서 다음 날 다시 신용보증재단에 방문해 제출했습니다. 이제는 기다림만 남았죠. 


일주일쯤 지났을까, 사무실 현장 실사를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담당자님과 일정을 조율하고 일주일 후 현장 실사가 진행되었어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고 간단한 인터뷰 후에 실사는 종료되었습니다. 참, 저 같은 경우는 설립 1년 미만 기업이라 창업 보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증률 90% 보증서만 발급이 가능한데 농협은행으로 대출 실행 은행을 바꾸면 100% 보증서 발급이 된다고 하셔서 지정 은행을 바꾸었어요. 아무래도 확실한 게 좋기도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얼마 후 심사가 통과됐고, 보증서를 농협은행으로 전송할 거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농협은행과는 거래가 처음이라서 보증서 전송이 안된다고 하셨어요. 이때부터 농협은행을 굉장히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요. 개인 계좌를 만드는 걸로도 보증서 전송이 안 돼서, 농협은행 창구에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이때 사업자 등록증을 들고 가는 걸 잊지 마세요! 저는 ARS 상담에서 안내를 받지 못해서 재방문을 해야 했답니다.


그 후 보증서가 은행에 전송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다시 은행에 방문했어요. 이때도 ARS 상담에서 잘못 안내를 받아서 등기부등본과 법인인감 증명서를 챙기지 못했는데, 법인이실 경우에는 꼭 두 서류를 지참해야 합니다. 결국 또 다음날 서류를 다시 챙겨 방문해야 해서 대출 실행 일정이 더 더뎌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블 체크를 안 한 제 잘못도 있고 담당 직원 분이 매우 친절하셔서 힘들어도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대출 신청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통장도 두 개나 만들어야 했고 작성할 서류도 많아서 1시간이나 걸렸죠. 농협은행의 경우 월, 수, 금에 대출 심사가 진행되는데 다행히 저는 하루 만에 대출이 실행되었습니다. 전화로 안내사항을 전달받고 신용보증재단 보증 수수료를 제하고 대출금이 통장에 들어왔어요!



지금 대출금은 인테리어 및 기자재 구매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청년고용연계자금 대출을 받지 못했더라면 저는 인테리어를 진행하지 못했을 거예요. 빚을 지고 시작하는 사업이라 두렵기도 하고, 과연 무사히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당장의 버팀목이 되어 줘서 고맙기만 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대출금을 다 갚았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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