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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Oct 19. 2023

내년엔 막걸리 칵테일 바를

해일막걸리의 삼단변신

해일막걸리의 시작은 지속가능한 막걸리 양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갓 출발한 상태에서는 계획했던 대로 술을 만들어 팔 수 없었죠. 그래서 원데이 클래스부터 정규 교육 과정까지, 차근차근 전통주를 빚는 법을 배워갔는데요. 배우면서 막걸리를 빚는 그 경험 자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재미있는지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막걸리 빚기를 중심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드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테스트 프로그램 운영부터 지금까지는 체험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꿈은 절대 잊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했어요. 지속가능한 막걸리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양조장 자체를 지속할 수 있어야 했죠. 맞아요. 먹고살아야 했습니다!


전통주를 만들겠다고 말하면 꼭 들어야 하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하지 마라'랍니다. 특히 소규모 양조장은 더더욱요. 원재료 구매부터 판매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을뿐더러 영업과 마케팅을 할 인력과 자본도 부족하죠.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 양조장도 수없이 많습니다.


미리 유통 채널을 확보해 두고 시작하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대면 영업에 영 소질이 없는 저로써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어요. 고민하다 바틀샵이나 식당에 입점하는 데 몰두하는 것보단 직접 막걸리 칵테일을 판매하는 바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 막걸리 양조장에 이어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 더 늘리기로 한 거죠.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우선 작년 지원 사업으로 외식 산업을 공부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도 있었고요. 임대한 매장이 창가 테이블을 추가할 수 있을 만큼 생각보다 공간이 크기도 했고요. 또 유리병에 담아 유통하기에는 불안정하지만 매일매일 맛이 달라지는 매력이 있는 미숙주를 선보이고 싶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일단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가 끝난 후 빈 일정을 이용해서 위생교육을 받았어요. 금요일 오전부터 시작된 교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교육장에 와 계시더라고요. 저와 같이 새 출발을 하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니, 차마 아는 척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됐습니다. 아자아자 자영업자!



하루 종일 계속됐던 교육이 끝나고는 현장에서 바로 교육 확인증을 수령했어요. 이제 보건소에 가 건강진단결과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흔히 보건증이라고 하죠. 그런데 제가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교육을 받고 일주일 넘게 지나서야 보건소에 방문할 수 있었답니다. 검사를 마치고 또 일주일을 기다려서 보건증을 수령했는데, 이것 참, 알고 보니 아직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보건증이 집에 있더라고요. 보름이나 낭비한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죠.


저는 이미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에 남은 절차는 구청 위생과에 방문해 영업 신고를 하는 거였어요. 대기를 오래 하긴 했지만 인터넷에서 본 대로 구비 서류를 다 챙겨가서 한번에 영업신고증을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수수료 28,000원을 지불하고 집에 와서는 면허세 27,000원을 이체했어요. 면허세는 당일까지 꼭 내라고 안내받았는데 사실 잊어버린 바람에 자정이 넘어 이체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잘 처리된 것 같아요. 얼마 후 사업자등록증을 출력했더니 일반음식점으로 잘 등록되었더라고요.


이렇게 해일막걸리는 막걸리 칵테일 바를 향한 첫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는 벌써 구상해 둔 메뉴들이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이런저런 핑계로 아직도 주류제조면허 신청을 못했거든요. 이번 달이 지나기 전에는 꼭 면허 신청에 성공하여 두 번째 걸음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느리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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